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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당신을 위한 로마서 2 ㅣ 팀 켈러, 로마서
팀 켈러 지음, 김건우 옮김 / 두란노 / 2015년 3월
평점 :

다시 복음 앞으로!
오늘 심각한 내용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청년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고교 졸업생 10명 8-9명은 교회를 떠난다고 합니다. 대학마다 기독 서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초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가에는 기독청년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세월호 유가족 중 76명의 부모가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80%가 다니던 교회를 떠났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교회 이탈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일이라면, 세월호 유가족의 교회 이탈은 단기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 누구보다 위로와 사랑과 구원이 절실한 이들이 왜 교회를 떠날까요? 오늘 말씀을 전하신 목사님은 그것이 교회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교회만이 보여주고, 교회만이 들려주고, 교회만이 전해줄 수 있는 그것! 바로 복음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필립 얀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회가 다른 길을 보여주는 창문 대신에, 주변 사회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을 들고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세상과 달라야 할 교회가, 다른 길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교회가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니 세상보다 썩었더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뉴는 간단합니다. 복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들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신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에 들려주고 보여주고 그대로 살아내야 할 복음은 무엇입니까? 복음을 알기 원하고, 복음으로 살기 원하고, 복음을 전하기 원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성경은 <로마서>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시대에나 <로마서>는 복음의 정수요, 복음의 결정판으로 많은 신자에게 깊은 영향을 주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팀 켈러의 <당신의 위한 로마서>는 우리가 마땅히 읽어야 하고, 묵상해야 할 책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우리는 의로운 신분을 얻었다. 로마서 전체가 이것을 말하고 있다! 로마서 8장 30절에서 보아야 할 핵심은 "의롭다 함"이 따로 떨어져 있는 사건이 아니라 영원 전에 시작되어, 시간과 역사 속으로 침투한 후, 다시 영원에서 끝나는 하나님의 모든 섭리 및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79).
<당신을 위한 로마서 2>는 로마서 8-16장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5-7장에서 질문하기 시작한 한 가지 문제에 대한 바울의 답변인데, "복음을 믿는 것이 어떻게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가"가 그 주제입니다(11). 한마디로, 복음을 안다는 것,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복음을 삶으로 살아낸다는 것인데, 바울은 로마서 후반부에서 "어떻게 우리 자신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산제로'로 드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교리적으로 <로마서>의 주제는 한마디로 "이신칭의"로 정리됩니다. 팀 켈러 목사님 또한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우리는 의로운 신분을 얻는다"는 메시지가 로마서 전체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교회는 오래도록 칭의와 성화의 교리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신자의 '삶'의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칭의와 성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거룩한 삶이 의무가 되면 자칫 율법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은혜로 받는 구원만 강조되면 신앙이 자칫 방종으로 흐를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당신을 위한 로마서>에서 칭의와 성화의 문제를 교리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본문이 전하는 본래의 뜻에 집중합니다. "바울이 말하려는 바"를 탐구해 들어가는 연구서에 가깝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만은 없고 공부하듯 읽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논쟁을 부추기거나 논란거리를 만들기보다 성경이 말씀하고자 하시는 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내게 말씀하시는 성령님과 교제할 수 있고, 또 진리가 깨달아지는 희열과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교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말씀이 내 안으로 돌파해들오는 그 놀라운 역사말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어떤 신분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과 양자로 받아주신 것을 우리는 반복해서 생각하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 "영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란 하나님의 자녀라는 우리의 특권을 결코 잊지 말고, 이것이 우리의 생각과 관점을 지배하게 하고, 더 나아가 말과 행위까지 지배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30).
복음을 믿는 것이 어떻게 실제 삶으로 이어지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예수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분명히 아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나를 위해 해주신 일은 무엇인지 아는 일이며, 그 일이 내 삶을 어떻게 뒤바꾸어 놓았는지를 분명히 아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스스로 의롭게 되려는 일체의 생각을 포기하고 그분의 의를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완전한 항복을 선언하며 "은혜 아니면" 서지 못한다는 고백이 내 안에서 터져나오는 것, 그것이 복음을 아는 일이며, 복음으로 사는 첫 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음은 이 믿음 안에서 우리의 모든 관계, 즉 교회 안에서, 이웃들과, 국가에 대해서, 그리고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우리 삶을 재조정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특별히 이 책을 내놓으며 "복음으로 우리의 심장이 전율케 되고, 생각이 뚜렷해지고, 삶이 새롭게 되길 기도"한다"(14)고 했습니다. 그 기도가 응답되는 현장에 제가 있기를 원하고, 내가 아는 모든 지체들이 있기를 원하고, 하나님의 자녀된 모든 백성들이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복음 앞으로 돌아가 무릎 꿇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그리하여 교회만이 들려줄 수 있는 복음, 바로 우리가 그 복음을 세상에 전하는 교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