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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디자인의 발견 - 거트루드 지킬부터 모네까지 유럽 최고의 정원을 만든 가든 디자이너들의 세계 ㅣ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지음 / 궁리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 유럽 가든 디자인 바로 알기!
평생
정원사의 일을 놓치 않았다는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아름답게 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정원"에
있습니다. 그는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꼭 정원을 만들고 가꿀 만큼, 직접 채소나 꽃들을 심고 화단에 비료를 주고 물을 주는 일을 사랑했습니다.
정원을 통해 고요한 영원으로 빛나는 자연과 그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을 보고 들을 수 있었던 헤르만 헤세의 삶에서 신을 예배하는 경건함이
느껴집니다.
누구나 한 번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꾸어보겠지만,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읽은 후, 자연의 순환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정원을 더욱 소망하게 되었습니다. 소박한 마당이 있는 그런 집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든 디자인의 발견>은
꿈에 한발짝 다가서게 해주는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가든 디자인은 식물, 건축, 디자인의 이해를 통해 정원이라는 공간을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안락하게 구성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가든 디자인의 발견>을 통해 꿈에 한발짝 다가서려던 꿈이 책을 펼치자마자 저만치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좌절부터 한 것은 가든 디자인은 종합 예술이자, 정원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건축가이며, 고도의 계산이 필요한 과학이라는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조경과는 달리, "가든 디자인은 원예, 건축, 예술이 혼합된 종합 영역"임을
일깨워줍니다. 제대로 하자고 들면, 무엇보다 먼저 '식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원 안에는 사람이 다녀야 하는 길도 필요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자와 같은 공간, 식물이 자라는 화단, 큰 나무가
멋스럽게 자리 잡은 풍경, 물을 담아두는 연못과 뿜어내는 분수, 온실, 텃밭, 울타리, 담장, 대문 등의 아주 많은 구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가든 디자인에는 기후, 그곳에
사는 사람, 그리고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계산해 넣어야 합니다(9). 전문적인 가든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식물학, 건축학, 미술, 지리학까지
섭렵해야 할 듯합니다.
우럽의 대표 정원을 통해 알아보는 가든 디자인의 핵심와 실제!
이
책은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두 번째 책인데, 첫 번째 책에서는 원예의 기초를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두 번째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정원을 디자인하는 디자인 원리와 기법을 소개합니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정원 문화의 최고를 자랑하는 영국 정원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이 직접
조성한 유럽 대표 정원 10곳의 핵심 원리와 실제를 낱낱이 분석했습니다.
<가든 디자인의 발견>은 가든 디자이너라는 전문직을 공부하는 분들이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전문적입니다. 가든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분은 이 책을 통해 전문적인 가든 디자인의 꿈을 키워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러나 꼭 전문적인 가든
디자이너를 꿈꾸지 않더라도 전문적인 지식, 이론의 힘은 생활의 품격을 높여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저 느끼는 것도 좋지만 명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명화에 숨은 기법을 따로 공부하듯, 건축가가 집을 짓듯이 공간을
배치하고, 식물의 색과 질감과 높이까지 계산하여 식물로 공간을 디자인하고, 전체적인 어울림까지 계산된 정원을 보면 그저 감탄에 감탄이 절로
쏟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세계적인 정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세계적인 정원에 숨어 있는 디자인 원리를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무심코 거닐었던 동네 공원의 풍경마다 새로운 경이로 다가올 것입니다.
사실
정원 가꾸기는 고상한 취미나 한가로운 놀음이 아닙니다. 헤르만 헤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피곤에 젖어 등이 아파오도록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고된 노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땀은 창조주의 성품을 닮은 땀이요, 기분 좋은 피로이기도
할 겁니다. <가든 디자의 발견>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명품 정원을 보여주고 그곳에 숨은 디자인 원리와 실제를 가르쳐주는 책이지만,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베란다나 상점 앞 작은 공간부터 배운 것을 적용하며 감각을 연습할 수 있도록 팁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식물을 기르고
정원을 가꾸는 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탐낼 만한 책입니다. 책을 보고 나면, 화분 하나를 놓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