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탐정 정약용 세트 - 전2권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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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탐정 정약용, 소설로 만나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영화 제목으로도 친숙하기 때문에 이미 독자들에게 꽤 익숙한 캐릭터입니다. 추천사를 쓴 영화감독 권칠인은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면서 법정소설로 분류합니다. 정약용이 천재적 학자였을 뿐 아니라, 명탐정이기도 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실제 역사에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역사소설입니다.


 

"형조참의 정약용에게 특진관을 겸임하게 하여 팔도의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게 한다. 참의에게 전권을 위임한다"(37).


어느 날, 정약용에게 정조의 밀지가 전해집니다. 형조참의에 임명된 정약용에게 특진관을 겸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특진관에게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을 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정조는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판결하는 형조참의의 자리에서 뒤로 역모의 배후를 캐라는 은밀한 지시를 내린 것입니다. 형조참의로써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판결하는 정약용의 활약이 씨줄이라면, 치열한 권력 투쟁 한복판에서 벌어진 정조 독살 사건이 날줄이 되어 이야기를 직조해나갑니다.


정조는 즉위하고도 내내 암살 위협에 시달려 왔습니다(2권, 10-11). 영조를 즉위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우고 득세한 노론에게 그들이 죽인 사도 세자의 아들은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조는 자신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노론을 제거해야 조정을 개혁할 수 있었고, 노론의 가문이 살려면 정조가 죽어야 했습니다. 팽팽한 대립 속에 노론과 위태한 관계를 이어오던 정조는 노론을 제거하고 남인을 등용하여 조정을 개혁하려 하고, 위기를 감지한 노론은 또 다시 반정을 일으킬 역모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 반정의 중심에 정조의 할머니 정순대비가 있었습니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정조의 히든카드로 그 암투의 한복판에 자리하게 된 천재 학자 정약용의 활용을 그리는데, 정약용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서학(천주교)였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이 서학인에게 죄를 덮여 씌우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연쇄살인범의 범인이 서학인이라면 대신들이 서학에 대해 일제히 탄핵할 것이고 그로 인해 피바람이 불 것"(1권, 47)이기 때문입니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이렇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조선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사건의 해결과 재판 과정을 다룹니다.



"시체를 죽어서도 말한다고 한다. 우린 억울한 시체가 없도록 진짜 범인을 잡아야 한다"(1권, 175).


사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명정으로서의 정약용의 모습보다, 명판관으로서의 정약용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명판관으로써 정약용의 신조는 "재판은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곧 서릿발 같은 지조로 법은 공정해야 한다는 정신을 지켜가는데, 살인사건을 다루는 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는 "살인이냐, 정당방위냐"하는 것입니다. 살인사건이지만 살인이냐, 정당방위냐에 따라 살인자는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고, 무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조선시대의 법은 살인사건에 대하여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죽는 것을 보고 현장에서 흥분하여 복수를 하는 경우나 부부, 가족의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 복수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사로운 복수를 금하고 엄격한 법에 의해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권, 168). 따라서 당시 조선법에 따르면, 부모를 죽이는 원수를 현장에서 죽이면 무죄가 되지만 하루가 지나서 앙심을 품고 죽이면 사형에 처해집니다.


제10화 "법이란 공평한 것이다"(경상도 영행 신사량 옥사사건)에서는 살인이냐 정당방위냐를 놓고 정약용과 정조가 팽팽한 대립을 하기도 합니다. 며느리를 꾀어내어 간음하게 한데 분노하여 시아버지(신사량)가 며느리를 꾀어낸 여인을 살해했는데, 신사량은 자신이 살인을 한 것은 사실이나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정약용과 대신들은 간음을 교사한 것은 죄이지만 죽일 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신사량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조의 판결은 달랐습니다. "형조 당상은 '신사량 한 사람을 살려 주는 것은 몇 명의 신사량으로 하여금 법을 농락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나는 '신 여인 한 명의 목숨을 갚아 주는 것은 몇 명의 신 여인으로 하여금 풍속을 무너뜨리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겠다. 법을 농락한 죄는 작지만 풍속을 무너뜨린 폐단은 크니, 교회는 중하고 법률은 가벼운 것이다. 형벌의 정수라는 것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2권, 47).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실제했던 역사적 사실과 판결문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조선의 법치를 연구하는 자료로도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탈무드>에 보면, 유대인의 법에서는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증언하면 무효라고 합니다. 자문은 고문에 의해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지금도 자백은 인정하지 않다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 명탐정 정약용>에 보면, 재판의 대부분이 추국(심문)에 의한 자백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할 때까지 곤장을 치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정조의 어찰 정치, 남장을 한 여리와 정약용의 사랑, 그리고 정조 독살설이 제기되어 왔지만 최근의 역사 연구는 정조의 독살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그런 측면에서 정조 독살을 사실화한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역사소설은 역사가 스포인데, <조선 명탐정 정약용>은 쉽게 접하 수 없었던 조선시대의 살인사건과 그 재판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신선한 소재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합니다. 추리적인 재미는 다소 아쉽지만,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한 법정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독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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