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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바이블 : 한국편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오주환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이런 여행 어떠세요?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조급증이 생길 때마다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계획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에 가봐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때문입니다. 그런데 진짜 가고 싶은 곳은 해외 여행지이고, 국내 여행지는 차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국내 유명 여행지를 돌아다녀도 늘 뭔가 2%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는 그 부족했던 2%를 채워주는 책이었습니다. 나만의 테마가 있는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하는 분명한 목적을 설정해주었다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방향성이 있어야 과정을 즐기면서도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는 여행의 질을 높여주는 가이드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와 같은 책들은 목차가 중요합니다. 꼭 가봐야 할 여행지는 어디인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 <한국편>은 세계문화여행을 찾아보는 테마여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그런데 그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줌으로써 해외로만 향해 있던 우리 눈을 국내로 돌려줍니다.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를 보며 가장 좋았던 것은 책으로 미리 떠나는 여행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보만 모아놓은 가이드북이 아니라, 여행지의 의미와 가치에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읽는 재미도 솔솔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 <한국편>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 세계문화유산은 해인사의 장경판전입니다. 해인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두 가지나 보유한 절인데, 고려 대장경판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장경판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22). 무엇보다 이 여행이 즐거웠던 것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것에 대한 가치와 자부심을 높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대장경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인지 알고 계셨습니까? "대장경은 불교대총서라 할 만큼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고려대장경은 한문으로 번역된 불교 대장경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높은 수준의 것이다. 더욱이 대장경판을 제각하는 것은 높은 문화력과 경제력, 강한 정치력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문화의 산물이다. 고려에서 이런 거대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선진국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디"(22).
아마 이 책을 보지 않고 해인사를 찾았다면 장경판전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을 듯합니다. "장경판전은 눈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건물에 지나지 않지만 자연을 활용한 과학적, 기술적 원리가 뛰어나다. 과학적 지식은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서 비롯되낟. 건물은 통풍과 온도, 습도가 자연적으로 조절되는 입지 조건을 갖췄다"(34). 보기에는 그다지 화려할 것 없는 장경판전인데 자연적으로 실내에 일정한 공기의 흐름이 있도록 조절한 창을 내고, 숯, 횟가루, 소금, 모래를 차례로 높아 바닥을 다진 흙에도 놀라운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닥은 습도가 높을 때는 습기를 흡수하고, 건고할 때는 습기를 내뿜어 실내의 습도를 조절한다"(35). 이렇게 숨겨진 가치를 알고 나니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은 소원이 간절해졌습니다.
수원화성은 이 책에 소개된 우리의 세계문화유산 중에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입니다. 가깝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존경하는 인물인 '정조'가 직접 건설한 신도시라는 데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화성은 정조의 정치 이상을 담아 조성한 신도시의 이름이자, 신도시 외곽을 감싸는 성곽의 이름이기도 하다. 정도는 자신의 정치를 실현할 근대적인 도시를 건설하려 했고, 그 기능에 부합되는 성곽을 세우고자 했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수원이고, 온 힘을 다해 축성한 것이 수원화성이다"(126). 세계유산위원회 집행이사회가 "수원화성은 동서양을 망라하여 고도로 발달된 과학적 특징을 고루 갖춘 근대초기 건축물의 뛰어난 모범이다"라고 극찬을 했다는데, 유명한 수원 왕갈비도 먹을 겸 나들이 삼아 수원화성 둘러봐야겠습니다.
이덕일 선생님의 <고금통의>라는 책에 보면, 우라나라는 전 세계 고인돌의 절반에 육박하는 3만여 기가 군집하고 있는 고인돌 왕국인데, 고인돌은 고조선이 만주와 한반도 전체를 아울렀던 대제국임을 나타내는 유물의 하나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고인돌은 고조선이 대륙의 지배자였음을 말해주는 유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우리의 고인돌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한 탓에, 몇 년 전 고창 지역을 여행하며 우연히 고인돌 유적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건성으로 보고 왔다는 안타까운 사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보편적 진리임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는 우리가 가진 세계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직접 여행해볼 수 있도록 정보도 제공하고 있지만, 꼭 여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가진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자부심 때문인지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쉽게 떠나지도 못하면서 해외 여행에만 목매고 있던 제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나만의 테마가 있는 여행을 위해 어떤 주제를 잡을까 고심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100배 즐기기, 굉장히 매력적인 테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