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버드 말하기 수업 - 어떤 말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리웨이원 지음, 김락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어떤 말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상대의 마음을 공략하여 원하는 상황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설득이다"(19).
오늘 하루 종일 대한민국은 '말' 때문에 시끄러웠습니다. 가수 유희열이 콘스트에서 한 19금 농담과 충암고 교감이 급식비 미납 학생들에게 가한 폭언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각종 매체들은 또 보도와 논평을 쏟아내느라 바빴습니다. 가수 유희열은 경솔한 발언으로 위기를 자처했다면, 막말로 학생들에게 망신을 주었다는 충암고 교감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와 교육자의 자질까지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충암고 교감의 목적이 급식비 미납 학생들을 설득하여 미납된 급식비를 해결하는 것이었다면, 그의 설득은 완전히 실패한 것입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는 점에서 그것은 실패의 수준을 넘어 '말'이라는 폭탄을 사용한 자폭 테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상은 '혀의 전쟁터'라고 합니다. 말을 잘하는 것, 상대방을 잘 설득하는 것은 인생의 성패가 달린 문제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도 있듯이, 말을 "잘하면 인생이 순탄하지만 말을 못하면 움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은 모두 설득의 대가이고, 설득의 대가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이 사람을 움직일까요? 2014년 중국 자기계발 분야 1위를 차지했다는 <하버드 말하기 수업>은 말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흔히 '말하기 수업'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논리적으로, 매력적으로, 유창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말재주가 아니라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버드 말하기 수업>에서 가장 인상적인 가르침은, 설득의 핵심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따르게 하는 것'이라는 정의입니다. 사람들은 뛰어난 말재주로 물 흐르듯이 매끈하고 끊이지 않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자신의 상황을 줄줄이 설명하는 것보다 상대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는 말재주와 더불어 마음을 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득의 핵심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따르게 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말하는 사람의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이 설득에 필요한 진정한 말하기 능력이다(20). 많은 사람이 설득에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득에는 빼어난 말재주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하버드 말하기 수업>을 읽으며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바로 '이야기'(스토리)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풍부한 예화를 사용하는데, 예화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고, 분명히 이해할 때 다가오는 감동도 있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이 책의 가르침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크고 강한 소리로 자기 주장을 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적이었습니다.
<하버드 말하기 수업>은 1강(사람을 움직이는 말 한마디의 힘)과 9장(설득에 성공한 후 지켜야 할 원칙)을 제외하면 다른 스피치 책들과 크게 차별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스피치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도 될 것입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말하고, 침묵의 기술을 사용하는 등 일반적인 스피치 이론들과 서로 통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누구보다 말의 힘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진정한 설득의 고수는 탁월한 말재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공략하여 따르게 한다는 원칙 위에 서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설득력 있는 스피치 훈련 교재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묻습니다. "당신의 말하기 능력은 몇 점인가?" 나의 말하기 능력은 몇 점일까요? 설득의 핵심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청산유수로 줄줄이 쏟아놓는 것이 아니라, '따르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아무리 알려줘도, 진심으로 각성하여 훈련하고 체화하지 않으면 좀처럼 실천하기 어려운 기술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이런 예화가 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말이랍니다. 태어난 지 몇 개월 된 아기도 옹알옹알 말을 하니까요.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도 역시 말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학식이 뛰어나다고 해서 꼭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47). 충암고 교감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말로 사람을 움직이고 싶다면, 혀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의 실수를 줄이고 싶다면, 설득의 핵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라는, 그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실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