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삼각형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8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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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맨틱해진 아르센 뤼팽 시리즈!



"오른손과 왼쪽 다리... 그리고 왼손과 오른쪽 다리... 사용하는 법만 잘 안다면 남아 있는 게 무엇이든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무엇 떄문에 절망해야 합니까? 사회에서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후손을 남기는 가운데 이전과 지금의 우리가 달라진 게 무엇입니까? 아니, 어쩌면 더 나아졌을 수도 있지요. 우리 후손이 조국을 위해 바칠 팔과 다리가 없겠습니까? 부족한 게 있을까요? 오히려 우리에게서 불굴의 용기와 활력을 이어받을 겁니다"(33).


제1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있었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은 <황금 삼각형>이라는 작품에 왼쪽 다리 하나만 있거나 오른쪽 팔 하나만 있는 상이용사들을 등장시킴으로 전쟁의 상처를 입은 젊은이를 위로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황금 삼각형>은 프랑스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한층 더 강력해진 모습입니다. 전편 <포탄 파편>에 이어 <황금 삼각형>은 더 달달해진 로맨스를 그리고 있지만 사랑은 다른 주인공들에게 맡겨두고, 우리의 진짜 주인공 아르센 뤼팽은 조국 프랑스를 위해 대 활약을 펼치는 숨은 영웅으로 그려집니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열심히 응원하며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었고, 미래에도 다시 만나 헤어질 수 없는 운명입니다"(40).


신나는 모험처럼 뛰어든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파트리스는 중상을 입고 후송된 야전 병원에서 "코랄리 엄마"라 불리는 아리따운 여인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그녀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그러덴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엿듣게 된 대화를 통해 누군가 "코랄리 엄마'를 납치할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파트리스 벨발은 상이용사들의 도움으로 코랄리 엄마를 무사히 구출해내지만, 인질로 붙잡아 두었던 남자가 동료들에 의해 살해되고 맙니다. 사랑하는 "코랄리 엄마"에게 또다른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감지한 파트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며 그녀를 도우려 하지만, 코랄리 엄마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누구도 자신이 인생에 들어오길 원치 않습니다. 


사실 파트리스는 코랄리 엄마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부상자들에게 "엄마"로 불린다는 것 이외에는 그녀가 결혼을 하긴 했는지, 했다가 사별을 했는지, 사는 곳이 어디인지 하는 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28). 코랄리 엄마는 파트리스의 보호를 거절하지만, 우연히 서로가 알의 크기도, 색깔도 똑같은 깨진 자수정을 반쪽씩 몸에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파트리스는 코랄리 엄마와의 인연이 운명임을 직감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서로 만나게 되어 있어요. 당신의 의지로도 방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거절해도 소용없어요. 당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운명에 맡긴 채 기다리고 있지요.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운명 말입니다"(37).


알 수 없는 위험에 처한 코랄리 엄마의 인생에 뛰어들게 된 파트리스는 그녀가 '에사레스'라는 은행가의 아내이며, 코랄리는 남편을 증오한다는 것, 그리고 에사레스가 관련된 뭔가 끔찍한 음모 때문에 코랄리도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파트리스는 그녀를 남편과 위험으로부터 구해낼 결심을 하지만, 다음 날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에라세스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에사레스가 그동안 7억 프랑의 황금을 밀반출했으며, 아직 그가 반출하지 않은 3억 프랑의 황금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단서는 '황금 삼각형'이라고 적힌 쪽지 한 장과 죽은 에사레스 손에 쥐어져 있던 자수정, 그리고 누군가 파트리스와 코랄리를 어릴 때부터 배필로 정해놓고 둘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떤 미지의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1800개의 황금 자루는 어디에?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과 그들을 방해하는 미지의 인물, 그리고 '황금 삼각형'이라는 단서 하나로 숨겨진 황금 자루를 추척하는 두 개의 서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흥미진진한 한 편의 추격전을 완성합니다. 전편과 달리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선 아르센 뤼팽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언제나 그렇듯 뤼팽의 자뻑 기질이 숭고한 애국심으로 승화되며 그는 한층 더 국민 영웅다운 면모를 갖춥니다. "나 나름의 방식으로 프랑스를 위해 헌신한다면, 그 방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한 전쟁 기간에 내가 이룬 업적에 대해서도 조국 프랑스는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겁니다"(403). 이 작품이 전쟁 중에 나왔는지, 전쟁 후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비극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이 이런 작품을 쓰고, 또 읽는 여유를 잃지 않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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