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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의 고백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6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명탐정 뤼팽의 탄생?
아르센 뤼팽 전집 6권 <아르센 뤼팽의 고백>은 9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르센 뤼팽에게도 셜록 홈즈의 '왓슨'과 같은 친구가 있는데, 왓슨처럼 존재감이 빛나지는 않습니다. 1권에서 그의 존재가 이미 알려졌지만 본격적인 등장은 6권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역할은 뤼팽이 그때그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서 각 부분을 정리해 전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는 바로 모리스 르블랑 작가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르센 뤼팽의 고백>은 바로 뤼팽의 그 '왓슨' 같은 친구가 뤼팽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총 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아르센 뤼팽의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마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6권에서 뤼팽은 미스테리한 사건 현장에 투입되어 날카로운 논리와 명석한 추리로 사건의 전모를 밝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명탐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그러니 이번 일을 통해 또다시, 범죄를 발견하려면 사실에 대한 조사나 관찰, 추론이나 이성적 고찰 따위의 허튼 짓거리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았다네. 그 무언가가 무엇이냐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바로 직관이네 …. 지성과 지성을 넘어서는 직관 ….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이 아르센은 그 둘을 모두 겸비하고 있지"(36).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1인이 다수의 역할을 해내는 것보다 다수가 1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리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뤼팽이지만, 과도함을 넘어 병적일 정도의 자만심이랄까, 근자감이랄까, 자아사랑은 한결 같으며, 로맨티스트적인 면모도 한결 같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여인들과 '자주' '쉽게' 사랑에 빠지고 추문을 뿌리고 다니니 매력이 좀 반감되는 역효과도 납니다(저에게만 그럴수도 있지만 ㅠㅠ). 아무튼 알면 알수록 전무후무한 캐릭터인 것만은 확실하며, 영웅인듯 영웅아닌 영웅같은 독특한 캐릭터의 원조라 할만 합니다.
지나치게 정확하고, 매우 치밀하며, 이토록 놀라운 선견지명을 자랑하는 뤼팽이지만,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그의 영원한 적수 가르마니 경감을 우습게 만드는 못된 습관을 자제하지 못하는 악동이기도 합니다. 사실 가르마니 경감은 뤼팽의 적수라기 하기에는 많이 모자란데, 그는 뤼팽의 적수라기보다 오히려 뤼팽을 더욱 빛나게 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 뤼팽만의 매력이기도 할 것입니다. 가르마니 경감이 뤼팽에게 보내는 찬사를 들어보면, 그는 이미 뤼팽의 적군이 아니라 아군입니다. "가르마니는 다시 한 번 뤼팽의 놀라운 능력을 가늠해보았다. 이미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나 지금껏 이토록 뛰어난 통찰력과 예리하고 명민한 정신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141, 붉은 실크 스카프).
단편을 좋아하는 저에게 6권은 지금까지 읽은 아르센 뤼팽 전집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기도 한데, 호흡이 긴 전편들보다 더 '추리문학'답다고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6권은 <아르센 뤼팽 전집>이 왜 정통 문학가들이 호평한 추리문학의 걸작이라고 하는지 그 진가를 확인하게 해준 편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