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고 새벽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면, 어둠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새로운 날의 신비와 색채가 어떻게 찾아오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106).



<새벽의 인문학>은 새벽을 느끼고, 음미하고, 예찬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감각을 깨우고 단어를 낭만화하기"라는 워크숍에서 가르친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데(108),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감각을 깨우고 단어를 낭만화하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모범 교재입니다. 새벽 풍경, 새벽 묵상, 새벽 언어, 새벽의 생명, 새벽의 죽음, 새벽의 자연, 새벽과 종교, 새벽과 예술, 새벽의 의미들이 사색과 관찰과 탐구를 넘나들며 탐미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들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새벽의 인문학>이 그려내는 새벽의 다양한 의미와 색깔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친구의 죽음"이라는 글입니다. 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고대에 새벽을 정의하는 말 가운데 '친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105). 저자는 어느 날, 아침 전화로 친구의 부음 소식을 듣습니다. 영혼의 벗인 한 사람이 새벽에 깨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저자는 잔혹한 박탈감 속에서 조용히 친구를 애도하며 이별 의식을 거행합니다. "세상의 한구석이 무너져 그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앞으로 꽤 오래 살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더 이상 깨어나서 새벽을 맞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이 생길지도 모르나, 그래도 나는 존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이 명민하고 조화로운 삶을 누린 이를 벗으로 둘 수 있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105-106). ​ 


저자는 새벽녘 비둘기 무리의 날개짓을 따라가며 창발성을 그리기도 하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었던 모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새벽에 드리는 기도로 정화의식을 치루는 종교인들의 삶 속을 파고들기도 하면서 새벽의 다양한 풍경과 의미를 그려주는데, 유독 제 마음에 남는 잔영은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새벽 어스름입니다. 새벽이 언제나 재탄생,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죽음을 통과해야지만 맞이할 수 있는 축복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벽을 맞이하지 못한 친구를 통해서도 저자가 죽음을 성찰하듯이 - "우린 모두 지난밤에 죽었어. 매일 밤 그러듯이. 깨어남은 죽음일 수도 있었던 것에서의 부활이지. 만약 당신이 깨어났다면, 새벽이 어떠했을까? 당신 뼛속에서 노래를 불렀겠지. 내가 이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새벽이 내 뼛속에서 노래하게 하는 것뿐이야"(110) - 우리는 새벽 그 생명이 깨어나는 시간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티베트 사원에서는 새벽에 '죽음의 명상' 수련을 한다. 잠에서 깨자마자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명상을 하거나 잡일을 하는 대신 눈을 감은 채로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밤 죽을 것이다. 남은 하루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238)



"자연은 창조로 가득한 지갑 같다. 여기에 우주의 초기 단계까지 포함하려면 약간의 비약적 사고가 필요하다. 나는 내 머릿속으로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수소 입자가 무한한 대기 속에 떠다니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때 평행우주가 충돌했다가 춤을 추며 갈라진다. 자연은 유일한 것이자 무수히 많은 것이고, 꼬물거리는 미세하게 작은 것이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기도 하다"(21). 


<새벽의 인문학>은 낯선 새벽 풍경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혼자만의 고요 속으로 파고들기 좋은 책입니다. 탐미적인 글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책이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살짝 메모해두고 싶습니다. 분명 훌륭한 책인데 제가 읽기에는 좀 까다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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