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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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없다, 목적이 있을 뿐이다!



요즘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심리학 용어로 '트라우마'는 정신적인 외상, 즉 어떤 큰 충격 때문에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불안과 같은 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트라우마라는 심리학 이론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은, 어떤 문제 행동을 '이해'하는 데 수긍할 만한 설명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 "트라우마라는 것은 없다"고 확신있게 주장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그가 바로 프로이드,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알프레드 아들러'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아들러 심리학의 일본 최고의 권위자로 알려진 기시미 이치로의 책입니다. 이 책은 대화형식으로 아들러의 심리학 이론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에 이어 두 번째로 번역 소개되었지만, 원래는 <미움받을 용기>보다 먼저 집필된 책입니다. 기시미 이치로 덕분에 아들러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가 직접 쓴 책보다 '그에 관한 책'에 더 많이 번역되어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아들러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이나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책을 쓰는 일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199)고 합니다. 이것은 아들러 심리학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은 그에게 영향을 많은 사람들에게 의해 그의 이론이 편집 발간되면서 명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도 그 명백을 이어가는 한 사람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아들러 심리학 이론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게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심리학 이론서라기보다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게 읽힙니다. 언젠가 일본에서 출판일을 하는 책임자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이처럼 하나의 목차에 짧게 짧게 풀어쓴 자기계발서류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 책도 그런 일본 독자의 구미를 딱 맞는 책입니다. 


프로이드의 심리학과 아들러 심리학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프로이드가 '이해'(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아들러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해한대로) 다시 풀어 설명하면, 프로이드는 원인을 통해 장애행동을 '설명'하고 있다면, 아들러는 목적을 통해 장애행동을 '수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가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성(사고력)의 힘이 강할수록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심리학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삶으로 행동을 수정해나가려 하기보다 자신은 상처를 받았으며, 그럼으로 자신의 이상 행동은 이해받아야 하며,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핑계의 구실로 삼기도 합니다. 저는 심리학에 중독된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상담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나는 상처받았다, 나는 아프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심리학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들러의 이론은 원인론에 빠진 심리학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 행동을 바꾸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아들러 심리학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의 상태를 결정한다는 원인론에서 벗어나 아들러가 제시하는 목적론의 입장에 선다면 분명히 그 아이의 현재 상태를 개선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228). 그래서 아들러는 성격이라는 말 대신에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성격은 쉽게 바꿀 수 없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입니다.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큰 특징으로,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매우 명백하고 분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76)을 꼽습니다.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은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은 다른 말로 '용기의 심리학'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책은 그것을 미움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어그러진 관계 가운데 문제 행동이 유발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아들러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늘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바라기 때문에 움츠려들고, 자유롭지 못하며,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용기, 즉 우리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또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우리가 나의 과제가 아닌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봅니다. 부모가 자녀를 걱정한다고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자녀의 과제(학업과 같은) 함부로 개입해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해질 용기입니다. 남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행복해질 용기이며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학교 다닐 때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사람을 의식하는 버릇이 내게 있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필기 시험을 봤는데 만점을 받아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 만점을 그저 기뻐하지 못하고 '저 사람들이 나를 참 할 일 없는 사람이라고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교수님의 의 이야기를 듣기까지 제가 그렇게 남의 이목을 신경쓰며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저처럼 지나치게 타인의 이목을 신경쓰며 사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이해하는 데는 이 책보다 <미움받을 용기>가 훨씬 더 설명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도 재밌게 술술 읽힙니다. 타인의 평가, 남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나에게는 미움받을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라면, 아들러를 한 번 꼭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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