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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라오스 - 행복을 꿈꾸는 여행자의 낙원 ㅣ 지금 이 순간 시리즈 1
오주환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평점 :

2008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2008년도에 꼭 가 봐야 할 곳' 중 1위에 꼽히면서 라오스는 여행지로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게 되었다(26).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의 목표로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에도 여행은 단골 손님처럼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여행자도 많아서 요즘은 어딜 가도 해외 여행자들과 일상처럼 마주치곤 합니다. 마치 온 세상이 여행 중독에라도 빠져 있는 듯합니다. 늘 떠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저도 여행 중독자 중에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여행에 목말라 할까요?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여행은 사랑에 빠지는 일이며, 평생을 두고 그리워할 사랑 하나 가슴에 품으면, 그 사랑을 추억하는 힘으로 오늘을 살 수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 라오스>는 라오스와 사랑에 빠진 여행자의 책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라오스 여행에 중독된 이유를 그에게 물었는가 봅니다. 사랑에 빠진 이에게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묻다니요. 이 어리석은 질문에 여행자도 꼴똘히 생각을 해본 듯합니다. '나는 왜 사랑에 빠져들었는가, 라오스의 무엇이 좋은가' 하고 말입니다. 여행자가 우리에게 내놓은 답은 이것입니다. "디지털 세상에 살다 보면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워지는 탓이다"(27).

우연한 방문이었지만 흙먼지를 폴폴 피워 가며 달리는 산길 도로가 마음에 들었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친절함에 매료되었다. 그 인연이 참으로 예뻐 라오스는 내게 최고의 여행지가 되었고, 언제나 마음속으로 달려가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22).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라오스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챙기고, 라오스를 즐기는 여행법을 배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라오스>는 본격적인 가이드북은 아닙니다. 가이드북이라기보다 연서처럼 읽히는 내밀한 사랑의 기록입니다. 연인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조차 달콤한 기억으로 남는 법이죠. 이미 라오스와 사랑에 빠진 여행자의 가슴에는 라오스에서 보낸 모든 순간이 환희인 듯합니다. 행여 부주의한 여행자가 라오스의 진짜 매력을 놓칠세라 라오스가 가진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세심하게 그려줍니다.
"저녁 무렵이면 산골 가옥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들녘에서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강가에서는 벌거벗은 아이들이 창피함도 모르고 신나게 물장구친다. 시장에 소박한 좌판을 벌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를, 젊은 처자는 수줍은 미소를 살포시 건넨다. 이 모든 것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작가의 말 中에서).

라오스를 여행할 때 정을 떠나서는 속 빈 강정이 되기 쉽다.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을 만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사람의 존재를 반드시 느껴야 한다. 그들이 사는 집이 볼품없다고, 입고 있는 옷이 허름하다고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말자. 가난이라는 굴레가 그들에게 씌워져 있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고운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이다(81).
라오스 여행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마도 '방비엥'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비엥은 "라오스를 여행하는 이라면 누구나 들러야 하는 성지"(66)라고 합니다. 여행자를 따라 걸으며 만난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 폰사반, 싸야부리 중에 가장 일순위로 가보고 싶은 곳이 방비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챙겨야 할 여행 팁 하나는 라오스에서 아무리 "방비엥" 하고 외쳐 보아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70). 라오스에서 방비엥을 찾을 때는 "왕위엥"이라고 발음해야 한다네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라오스> 여행자가 전하는 라오스의 진짜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도, 역사적인 문화유산도 아니었습니다. 여행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물들인, 가난하지만 친절한 사람들의 미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고백합니다. 여행자는 유난히 라오스에서 만난 어린 아이들을 많이 추억하는데, 그만큼 라오스는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함을 간직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행자가 그려준 라오스 사람들이 얼마나 선하고 순수한지 라오스인들을 만나면 절로 반가운 미소가 지어질 것만 같습니다.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 싶을 때, 삶의 쉼표가 간절하게 필요할 때, 라오스로 떠나요!
<지금 이 순간, 라오스>를 읽으며 자전거 타기를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엔티안을 비롯해 라오스를 여행하는 제일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인데, 라오스는 "빠르게 움직이며 여행하는 곳이 아닌 탓"이며, "시간의 흐름에 안달하지 않고 느리게 여유를 즐겨야 하는 여행지"(30)라고 이 책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라오스와 사랑에 빠진 이 여행자처럼 마음에 두고 그리워할 수 있는 곳 하나 품고 싶습니다. 언제 누구와 나누어도 즐거운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 간직하고 싶습니다. 삶의 속도를 한 박자 늦추고 싶을 때, 삶의 쉼표가 간절하게 필요할 때마다 라오스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악착을 버리고 적당히 흥정을 즐기며 재래시장도 돌아보고, 종일 바에 앉아 게으름도 피워보고, 한국의 건설 노동자들이 먹기 시작해 유명해졌다는 신닷 까오리도 느긋하게 즐겨보고, 흙먼지 폴폴 피워가며 산길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보고도 싶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이렇게 먹어도 막상 라오스에 가면 이 책에 소개된 곳을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급함에 또 여행 내내 종종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라오스로 떠나고 싶어 조급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