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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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가

<아리랑>의 프랑스 역자는 그를 "한국의 빅토르 위고​"라고 말합니다(184).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가 작가로서 따르고 싶은 롤 모델 역시 빅토르 위고였다는 것입니다. ""저는 절은 날 문학을 시작할 때부터 빅토르 위고와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사회, 역사의식을 문학성과 가장 잘 조화롭게 형상화한 모범적인 작가였기 때문이죠. 빅토르 위고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하면서,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옹호한 작가였습니다.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내세우며 독일을 무시하고, 프랑스를 향해 으스댈 때 영국의 그 오만과 자만을 꺽은 것이 독일의 괴테였고, 프랑스의 빅토리 위고였습니다"(183).​

"사회, 역사의식을 ​문학성과 가장 잘 조화롭게 형상화한 모범적인 작가"를 롤 모델로 삼았다는 조정래 작가는 '한국 현대사 3부작'이라 불리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역사의 처절한 아픔과 슬픔을 초거대서사로 말하여왔고, 2013년에는 원고지로 3,615장에 달하는 <정글만리>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경제문제를 치열하게 파헤쳤습니다. 그동안 그가 쓴 소설을 원고지로 쌓으면 몇 층까지 건물 높이에 맞먹는다고 합니다(205).

글감옥에 살았다고 할만큼 스스로를 가두며 매일 열두 시간 넘게 서른 장씩 글노동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다름 아닌 우리 역사의 처절한 아픔과 슬픔에 대해서 써야한다는 자각"(23)이었고, "문학이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47)는 작가의 사회적 소명과 역사적 책무 때문이었다고 말입니다.

"일찍이 문화사가들은 작가를 일러 '시대의 산소이며 등불이고 나침반'이라고 했습니다. 가장 첨예하고,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모순 많은 문제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아파하라는 의미일 겁니다"(185)​.

​이러한 작가의 역할에 충실한 조정래 작가는 중국시장이라는 정글을 통해 천민자본주의를 경계하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정글만리>를 내놓았습니다. 조정래 작가 주목한 것은 2010년 세계 경제학자들의 예상을 뒤집고 G2가 된 ​중국입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정글만리>는 '강자만이 살아남는 망망대해의 인간 정글, 그 14억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가, 진짜 중국, 그러니까 편견을 걷어내고 중국을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중국의 역사까지 폭넓게 이야기하는 거대서사입니다.

<조정래의 시선>은 ​<정글만리>를 재조명하며 이루어진 인터뷰를 중심으로 강연이나 방송을 통해 전달된 조정재 작가의 메시지를 한 자리에 모은 것입니다. 기획된 책이 아니라 하나의 인터뷰가 글조각으로 모아진 책이기 때문에 총 10편의 글에 일괄된 흐름은 없습니다.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다소 두서없는 책이라는 것이 아쉽습니다.

가장 많이 말하여지는 것은 아무래도 <정글만리>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엇는가를 통해 그 작품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입니다. <정글만리>는 천민자본주의의 창궐로 인간 부재의 자본의 악마성을 목도하게 되는 오늘날, "자본과 비인간화의 문제, 재벌들의 횡포와 반사회적 형태, 자본의 공룡화와 절대다수의 인간 소외, 이런 문제들을 응시하고 투시해야 하는 시대적 필연"(14)이 낳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작가들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학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조정래 작가는 작가의 역할, 작가정신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작가는 인생을 총체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알고, 사회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여 미래를 조망하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다 문제가 있다. 그런 모순된 현실을 타파하려는 의식을 가져야 위대한 작품이 나온다"(210).

2013년도에 세상에 나온 <정글만리>는 이미 100쇄를 돌파했는데, <정글만리>는 그의 작품 중 100쇄를 돌파한 4번째 책입니다. "좋은 작품이 없는 것이지, 국민이 책을 안 읽거나 소설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죽임이 보일 때까지 노력하라"(214)는 노작가의 따끔한 조언이 많은 신진 작가들에게 강렬한 자극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이 책은 조정래 작가의 다음 작품의 주제는 '청소년 교육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를 물었을 때 조 씨는 몇 년 전 집에 불을 질러 가족을 모두 사망케 한 중학생을 면회해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다음 작품의 주제는 청소년 교육의 문제가 될 것이란 암시다. 이 중학생은 사진 찍기를 좋아해 사진예술가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는 그에게 법관이 되기를 희망하며 공부를 강요했던 모양이다. 비극의 얼개에 청소년 교육의 문제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는 판단이다"(185).

조정래 작가는 우리가 처한 현실, 우리 시대의 상처와 진실을 들여다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 자체가 크게 재밌었던 것은 아니지만, 혼돈과 시대 시대를 밝혀줄 나침반과 등불을 하나 챙겨야 한다면 한 손엔 성경을 들고 조정래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정글만리>부터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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