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학자가 쓴 자기계발서 같은
책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19년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 온
베테랑 심리 상담가"로, "파리 사람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심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없는
법이지요. 저자에게도 홀로 건너기 어려웠던 시련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따뜻함이 그리웠던 저자는 다정한 남자를 만나
일찍 결혼을 했습니다. 막 행복을 꽃피우려는 그때,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스물세 살의 나이에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 또다시 홀로
남겨졌습니다. 지독한 우울증의 늪에 빠져 1년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거의 방치되다 시피 했습니다.
"나는 문득 과거의 불행을
매일매일 곱씹느라 현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39).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문득 엄마를 간절히 찾는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세상을 증오하는 데
낭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그 길로 정신과를 찾아가 10여년 간의 정신분석치료를 받았고, 오랜 치료 끝에 자기 삶을 되찾은 저자는
혼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마다 심리학 카페를 열었습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그렇게
18년 동안 916번에 걸쳐 열린 심리학 카페에서 5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만나며 나눈, 핵심적인 심리 상담 내용을 추려 엮은
것입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50).
심리학 관련 도서를 읽을 때마다 사무치듯 깨달아지는 사실은, 생각 하나면 바꾸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을 우리가 낭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만큼 힘들었으면 됐다고. 이제 상처를 제대로 떠나보낼 때라고 말입니다.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고통스럽던 과거가 더 이상 현재의 삶에 침입하여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겁니다"(53).
"심리학이 외로운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227).
우리가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과 나도 모르는 나의 상처, 그리고 그 사람도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과 그 사람도 모르는 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유익은 외면하고 있던 나의 실체와
대면하도록 해준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파리의 심리학 카페>를 읽으며 다시 확인한 나의 모습 중 하나는,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즐거운가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평가할까를 신경쓰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실제 이상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주목하다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이처럼 "연예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듯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여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현상을
'조명 효과'라고" 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말이라고 해도) 저자의 한마디가 제게 자유를 선물해주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행동에 관심이 없습니다"(35).
심리학으로 자기 진단을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에 중독된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반응 가운데 하나는 "스로를
희생자로 여기며,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유로 현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는 것입니다. 환자들의 이런 경향을 '증상 키우기'라고 하는데,
"자기에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상처를 근거로 더 많은 걸 요구하는 태도를
말합니다"(115).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 상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특정 독자층을 겨냥하지는 않지만 젊은 청춘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특별히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충분히 울 수
있도록 토닥여주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애도의 시간을 함께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며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가 심리학 이론을 설명하거나 상담 사례를 모은 책이 아닙니다.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스스로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심리학자가 쓴 자기계발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나를 위해 울어줄 한 사람을 갖지 못한 외로운 이들을, 이 카페로 초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