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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나? ㅣ 어떡하지, 나? 1
호소가와 텐텐 지음, 권남희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생활밀착형 만화!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를 보셨나요? 마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았다는데 이 책을 읽은 뒤, 그 영화를 찾아보는 중입니다. <어떡하지, 나?>는 "츠레가 우을증에 걸려서"의 원작자인 텐텐의 최신작입니다. 작가 텐텐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활밀착형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가입니다. 모든 작품이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떡하지, 나?> 역시 텐텐이 주인공이며, 아무 생각없이(!) 고등학교 졸업한 뒤 이런 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떡하지, 나?>는 출근 길에 후딱 읽었을 정도로 부담이 없고 가볍습니다. 평범한 청춘의 한 단면을 코믹하게 그렸지만, 우리와 참 많이 닮은 이웃나라의 한 청춘 이야기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보편적인 교훈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대책 없는 아가씨, 텐텐의 고군분투!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에게는 모범답안지 같은 인생의 그림이 주어졌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착실하게 직장생활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제일이라는! 그런데 옛날엔 타고난 신분제가 인생을 한정 짓었다면, 요즘은 받아든 성적표가 미래를 결정해버리고 맙니다. 모범 답안에서 인생이 비껴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입에 실패한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차선(?)의 선택이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텐텐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알바와 직장을 전전하며 실패를 거듭하지만, 실패할 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그녀가 제일 못하는 일이 접객업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고, 거듭되는 면접을 통해 일 고르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무엇을 원한다"는 기준에 맞춰 휴일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에 취직을 했지만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공장 일이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무직 일이 좀 더 편하다는 이야기에 혹해 옮기게 된 두 번째 직장에서는 이렇게 평생 살면 자신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문 학교 가이드'라는 책자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그림 학교'가 많다는 정보를 얻습니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렇게 그림 학교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만 그곳에서 평생 친구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지금은 인기 만화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독자는 알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텐텐은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떡하지, 나?>는 그녀의 인생에 행운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좌충우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뭔가 닥치는 대로 일도 해보면서, 실패할수록 오히려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나름대로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생 때부터 '도망치는' 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 도망치는 것은 간단하고 쉬웠으니까요"(190).
그녀는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 '내 인생에 좋은 일따위 아무것도 없을 거야, 있을 리 없어, 이렇게 자신이 없는 걸' 하고 이상한 변명만 하며 줄곧 도망쳐왔다"고 고백합니다. <어떡하지, 나?>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은 방황해도 괜찮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늦게 가도 괜찮지만, "내가 원하는 인생은 이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수록 좌절하지 말고, 끝난 인생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더 깊이 고민하라는 것, 그리고 기회가 왔다고 생각될 때 일생에 한 번은 용기를 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이 섬세하지는 않지만 포인트를 잘 표현했고, 진솔한 이야기 속에 묵직한 교훈도 들어 있습니다. "아파야 청춘이다"의 코믹 버전 같은, 좌절과 방황을 즐기라는 청춘이 되라는 힘찬 응원가이기도 합니다. 꿈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을 지켜보고 응원해주어야 할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