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A 마나가 - comics artists' creative time
MANAGA 편집부 지음 / 거북이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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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의 일상과 작업을 공유하는 만화 매거진, MANAGA!

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웹툰의 구성이나 스토리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제가 어릴 때는 만화가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곤 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예술성과 작품성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니 만화가 차세대 문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도 했습니다.

시장성, 예술성, 작품성, 기술성, 이런 것들을 하나도 모르던 시절에 만화는 그저 우리들의 친숙한 친구였고, 꿈이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입학하고 한동안은 선생님 심부름으로 만화가게에 친구를 잡으러 다니곤 했습니다. 부반장이 툭하면 만화가게로 사라지니 선생님도 골치가 아프셨을 것입니다. 그 친구가 지금도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꿈이 "만화가게 아줌마가 되는 것"이였다는 걸 말입니다. 학교 다닐 때, 만화가를 꿈꾸던 친구도 있었고, 미술 공부라고는 만화를 열심히 따라 그린 것이 다였는데 그 실력으로 미대(홍대)에 진학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MANAGA>를 보고 있으니 그때 우리가 그렇게 만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MANAGA>를 만든 이들은 이 책이 "만화가들의 창조적인 시간과 공간, 일상과 작품을 공유하는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창간호는 "too much and not enough"라는 토픽으로 총 10명의 유명 만화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영어로도 번역되어 있다는 것, 세련된 디자인 북이라고 해도 될만큼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띕니다. 어떤 목적으로 발간되었던 독자들과의 소통이 제일의 목표라고 한다면 정가 16,000원의 <MANAGA>는 만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독해 공부를 목적으로 읽어도 좋고, 우리 문화와 만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 독자가 읽어도 좋고, 하다 못해 디자인이라도 감상하라는 어떤 절실한 호소가 느껴지도 합니다. 그만큼 공들인 매거진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도서정가제도 시행되는 이 마당에 <MANAGA>에 16,000원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료 웹툰은 잘 보지 않는 부끄러운 만화애호가로서 말입니다.


  

<MANAGA>를 통해 만난 10명의 만화가 중에 가장 반가운 인물은 '주호민' 작가였습니다. <신과 함께>를 단행본으로 열독하며 그의 이야기에 푹빠져 들었던 좋은 기억 때문입니다. "나는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 지망생의 희망이다"라는 고백에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많이 웃었습니다. 그의 고백처럼 주호민 작가의 작품은 일본 애니처럼 그림이 정교하지도 않고 또 멋진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대중적인 소재와 공감 가는 스토리" 때문이라는 것! "매력 없는 주인공이 가능한 이유는 내 작품이 캐릭터보다 서사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15). 절대 공감입니다! <MANAGA>는 작가의 인터뷰 뒤에 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짤막한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파괴왕" 이야기 정말 재밌었습니다. 역시 그의 작품의 매력은 "서사"입니다!

  

10명의 작가를 만나고 맛보기로 10개의 작품을 감상하며 가장 큰 감탄사가 쏟아졌던 건 <백성민의 말과 춤>입니다. 만화 <장길산>으로 유명한 분이신데, 한동안 말과 놀았던 작가가 이제는 춤을 춘다고 합니다. 이런 작품도 만화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붓 끝으로 완성해낸 그의 작품은 한 폭의 동양처럼 아름답고 어떤 작품보다 강렬했습니다. 글이 없고 스토리가 없어도 선에서 느껴지는 신명과 열정, 생동감이 종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했습니다. <MANAGA>는 "만화들이 한없이 가벼워질 때 그 무게를 잡아주던 작가"라고 평합니다. 우리에게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궁>으로 유명한 박소희 작가의 작품은 수많은 소녀를 매료시켰던 순정만화의 모범이기도 합니다. 자율학습 시간마다 만화책을 펴놓고 주인공의 얼굴을 따라그려보기도 했는데, 그림이 비현실적일수록 우리는 더 깊은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만화의 매력은 바로 공상의 세계와의 조우 아니겠습니까.

박소희 작가는 이런 고백을 합니다. "늘 공상을 많이 한다. 혼자 있을 때 별의별 생각을 다한다. 그 생각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구체화된다.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타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건 이런 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버릇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장한 인물들은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다"(197). 박소희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내가 그토록 만화를 좋아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만화가 우리의 공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며, 만화를 통해 행복한 공상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MANAGA>는 만화라는 하나의 장르가 작가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개성과 색채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유명? 인기? 작가들의 놀라운 내공과 강렬한 스타일이 끊임없이 팽창하는 만화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도 했습니다. 그 다양함이 창간호 <MANAGA>의 성장과 변모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화가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들과 열심히 소통하는 만화 매거진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기를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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