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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식민사관 -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했는가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만권당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해방되지 못한 역사, 그들은 어떻게 지배했는가
"수능 국사 의무화 폐지" 소식에 역사 교육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일본도 중국도 역사를 왜곡해가며 호시탐탐 우리 영토를 노리는 이때에 국사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한다는 소식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조선사편수회 출신과 그 훼들이 역사 관련 기구를 장악하고 있고, 조선총독부 사관을 추종하는 식민사학자들이 아직껏 한국 사회에서 역사해석권을 독점하고 있다면, 그들이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역사 과목을 아예 학교에서 폐지시켜 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학문권력을 빼앗고, 독점하고 있는 밥그릇을 빼앗아야 식민사관 해체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학교 다닐 때 국사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은 "조선사편수회 = 중국 동북공정 = 한국 식민사학의 삼각편대"가 한국사를 유린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식민사관이란, "조선총독부가에서 한국을 영구 지배할 목적으로 만든 조선총독부 사관"을 뜻합니다. "즉 한국으로 이주한 일본 사람들의 시각으로 한국사를 바라보는 것이 식민사관"(10)입니다. 이는 식민지 백성들의 영혼까지 노예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은 우리 몸은 해방되었지만 정신은 아직까지 노예 상태임을 꼬집습니다. 조선총독부 역사관이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인데도, 학계에서 그들을 추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한국 고대사는 늘 현대사였다 : 전쟁 중인 두 사관
독립 운동가 사관과 조선총독부 사관이 충돌하는 핵심사안은 "한사군의 위치는 어디였는가"라는 주제와 "임나일본부는 실제로 있었는가?"라는 주제입니다. 이 두 주제를 둘러싸고 지금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 세기 전의 식민사관이나 지금의 동북공정에서 한국 고대사를 집중적으로 왜곡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자 이덕일 선생님은 "역사 침략은 항상 영토 침략의 전초전의 성격을 갖는다"고 강조합니다. "영토 침략의 속셈이 없으면 역사 침략에 나설 이유가 없다"(49)는 것입니다.
한사군이란 중국 고대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세웠다는 군현의 이름입니다.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식민사관의 핵심은 둘입니다. 하나는 한사군 한반도설(고조선 한반도설), 또 하나는 임나일본부설('<삼국사기> 초기 기록 불신론')입니다(130). 한마디로, 한반도 북부는 한사군이라는 중국의 식민지, 한반도 남부는 임나일본부라는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북부에는 한사군이 있었고, 한반도 남부에는 임나일본부가 있었다"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주입식으로 배웠던 역사이고, 현재도 배우고 있는 역사입니다!
이 두 이론을 가장 먼저 만든 일본인 식민사학자는 "쓰다 소키치"와 "이나바 이와키치"였는데, "해방 후 이병도를 비롯해서 이 땅의 여러 식민사학자들이 이 이론을 그대로 추종하든지 조금 변형시켜서 현재까지 식민사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131)이 이 책이 폭로하는 골자입니다. 식민사관이 해방 후 어떻게 주류 사학이 되었는지, 그 역사와 그들의 생존술도 함께 파헤쳤습니다. "대한민국의 외형은 독립되었지만 그 정신세계, 즉 역사관은 아직도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가 장악하고 있다"(133)는 사실을 심각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 안의 식민사관>은 실명을 직접 거론하면 현재도 한국 고대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는 식민사관 후예들의 정체를 폭노하고 있는데, "식민사학은 극복되었다"고 말하는 역사학자는 그대로 식민사학자로 분류하면 정확하다고 일러줍니다.
식민사관은 학문이 아니라 정치 논리입니다. 독립 전쟁의 최전선이기도 했던 우리의 고대사는 지금도 격렬한 전쟁터입니다. 이것은 학문 논쟁이 아니라 정치 논쟁이며, 역사 전쟁은 곧 영토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를 무섭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진짜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습니다.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장본인들, 그 역사권력 한복판에 있습니다. 총론으로는 식민사학을 비판하는 척 하면서 진짜로 식민사학을 비판하는 학자가 등장하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학계에서 추방하고 매장시키는 그들의 수법에 더 이상 놀아나서도 안 됩니다.
"일제가 가장 무서워한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역사였다"(381)는 한마디가 가슴을 찌릅니다. 자비를 들여가며 모진 핍박을 받아가며 "독립운동을 하는 자세"로 우리 역사 바로세우기에 앞장서고 계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역사 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영토 주권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제 한국의 고대사는 역사학자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이 많이 읽혀지기를 소망합니다. 바로 지금 모든 국민이 나서서 빼앗긴 역사해석권을 속히 되찾지 않으면 치욕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경고의 나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