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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믿음을 아느냐 ㅣ 김남국 목사의 창세기 파헤치기 2
김남국 지음 / 두란노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브라함에게서 시작된 믿음의 길은 단순하게 아브라함을 통해서 '믿음이란 이런 거야' 하고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길은 앞으로 부름 받을 모든 믿음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되었습니다. 그 말은 앞으로 모든 믿음의 사람들은 아브라함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222).
신약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제자들의 실수를 꾸짖으신 적이 없습니다. 오직 딱 한 가지 경우에만 제자들을 꾸짖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을 때입니다. 예수님이 "네 믿음이 크도다" 칭찬하시거나, "믿음이 적은 자들이여"라고 탄식하신 것을 보면 믿음에도 큰 믿음이 있고, 적은 믿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신앙인들끼리 "저 사람은 믿음이 좋아", "저 사람은 믿음이 없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큰 믿음이란 어떤 믿음일까요?
어릴 때, 성경 인물 중에 믿음이 좋은 사람 10명만 하나님 나라의 드림팀으로 뽑는다면 누구를 뽑아야 할까 혼자 고민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일 먼저 꼽았던 인물은 단연 '아브라함'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으로 세운 인물이니까요. <네가 믿음을 아느냐>는 김남국 목사님의 <창세기 파헤치기>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입니다. 아브라함이 부름받는 창세기 12장에서부터 이삭에게 믿음의 바통을 넘기고 안식하는 창세가 25장까지의 말씀을 강해한 것입니다. <네가 믿음을 아느냐>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한 사람을 불러서 믿음의 조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믿음의 길을 조명합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며 믿음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믿음이 자라는지, 우리가 싸워야 할 믿음의 싸움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아브람이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갔을 때 그만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다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축복이란 현명한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시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45).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는 인류 일반 역사입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류는 결국 바벨탑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준 뒤, 창세기 12장부터는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인류 일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끊고 구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믿음의 장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 직접 개입하기로 작정"하시고 한 사람을 택하여 세우셨습니다. '아브람'은 하나님으로부터 모든 족속에게로 복이 흘러가는 통로로 부르받았습니다. 김남국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한 사람을 불러 세우신 것을 "하나님의 자신감"이라고 표현합니다. "땅의 모든 족속에게 흘러갈 복의 통로는 한 사람이면 족하다는 것입니다"(13). 그것은 아브람이 잘났기 때문도 아니고, 특별했기 때문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이 이루실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브람 이야기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으며 하나님이 이루어가신다는 것입니다. 아브람이 믿음의 여정을 통해 배운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믿음이란 신념이나 확신과는 다른 것입니다. '하나님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30).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믿음의 여정에 나섰던 아브라함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믿음의 길은 한마디로 안락한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믿음은 안락함을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람의 경험과 능력으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경험해 보지 못한 곳,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 믿음의 길입니다"(29). 하나님의 사람은 천국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친 세상 속에서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말씀에서 번영신학에 물든 한국교회의 현주소가 다시 보였습니다.
실수하고 넘어질지라도 하나님과 함께 걸으며 믿음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며, 하나님을 뜻을 좇는 삶은 매일이 믿음의 싸움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싸웠을 아브람이, 기근 때문에 도망갔던 아브람이 하나님을 알기 시작하자 이전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45)하는 것을 보며, 내 신앙도 그렇게 자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신앙은 방향성입니다. 누구든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눈이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눈이 보는 곳이 바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이죠.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브라함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가 여실히 드러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197).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와닿았던 것은 죄의 본질도 신앙도 방향성이라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죄는 윤리나 도덕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녁에서 빗나가는 것", 즉 하나님을 향하지 않는 삶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면서도"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곳으로 나아가고 하나님께서 바라보게 하신 것을 바라봤던 아브라함의 삶은 신앙도 방향성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우쳐줍니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아브라함의 삶은 모든 믿음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네이게이션(222)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네가 믿음을 아느냐>는 날카로운 주석, 풍성한 은혜, 뜨거운 신앙고백으로 차려진 말씀의 만찬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는데, "가라"는 단어에는 '떠나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는 완전한 분리를 뜻한다거나(27), 아브람이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라고 한탄하는데 자식이 없다는 것은 '벌거벗은 것같이 수치스럽고 고독한 상태'를 뜻한다거나(70), 하나님이 이삭을 통해 아브라함을 시험하신 사건은 '알아보다', '입증하다'라는 의미로, 이것은 합격, 불합격을 가르는 시험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증명'(194)이라는 설명 등은 창세기를 읽는 독자에게 성경 지식의 깊이를 더 해주며, 성경이 말씀하고자 하는 바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성경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깊은 은혜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입니다. 성경, 특히 창세기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 말씀의 은혜에 푹 젖어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