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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에서 홍수까지 - 양승훈 교수의 아주 특별한 창세기 주해
양승훈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4년 7월
평점 :
창조론 학자 양승훈 교수의 아주 특별한 창세기 주해
올초에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만들고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노아]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개봉하고 나자 많은 기독교인들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또 한쪽에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런 영화는 만들어져서도 안 되고, 보아서도 안 된다"는 의견로 갈라져 찬반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교회에서도 [노아]를 성경과 위배되는 내용에 대해 질문이 많았습니다. 저도 성경을 오해할 수 있고, 또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위배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성경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픽션으로 그려낸 장면 중에는 초신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문제에 대한 영화 나름의 대답이 담겨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노아 혼자 방주를 지었는가?, 그 많은 동물들을 방주 안에 수용하며 고작 8명이 그들을 어떻게 돌봤는가?, 홍수에서 구원받은 노아 가족 중에 왜 다시 타락하는 인류가 생겨났는가?와 같은 질문들에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성경을 재구성했습니다. 물론 성경을 이성적 테두리 안에서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성경의 계시는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우리의 지식으로는 다 알 수 없는 신비와 비밀이 성경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토대로 기독교 신앙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부딪히게 되는 문제가 바로 창세기, 그중에서도 바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창조에서 홍수까지"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아버지도 처음 성경을 읽기 시작했을 때, 창세기 1장에서부터 진도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천지창조 첫째날에 빛을 만드셨다고 했는데, 넷째날에 와서야 태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창조에서 홍수까지>는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신자들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영화 <노아>를 보고 큰 혼란을 느꼈거나, 성경적 내용을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 우리 아버지처럼 창조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설명을 듣기 원하는 분들에게 말입니다. <창조에서 홍수까지>는 과학(물리학)과 성경을 함께 공부하고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한 학자의 창세기 강해입니다.
"본서는 설교 원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학문성과 감동을 함께 담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학자로서의 진지한 성찰과 신앙인으로서의 진지한 신앙고백이 동시에 담겨 있는 책입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난제로 남아 있는 성경 구절에 대해 지금까지 제시되어 왔던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다뤄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학문적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나름의 신학적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일고 있던 성경적 지식을 수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성경은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문들이 열리면서 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하늘의 창문이 열린 것은, 하나님께서 천지창조 둘째날에 하늘의 물과 땅의 물로 나누셨는데, 이때 "하늘의 물"이 지구를 덮고 있던 물층이었으며 이 물이 땅에 쏟아져내린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노아홍수 전에 지구를 둘러싼 "물층"이 있었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창조과학자들이 말하는 "물층"은 하늘의 창이 아니라 깊음의 샘들이 터지는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창조과학자들은 "화산폭발로 인해 궁창 위에 포화수증기 상태로 존재하던 물이 쏟아지는 것으로 해석"(305)했는데, 이것이 "수증기 덮개 이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근래의 연구결과로 볼 때 그렇게 많은 물이 대기권 상층에 수증기 상태로 존재하게 되면 온실효과로 인해 지상의 생명체들이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모든 분들이 함께 고민하고 신학적 입장을 수정해야 할 듯 합니다.
창세기는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첫 선언에서부터 믿음이냐 거부(불신)냐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창조에서 홍수까지는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모든 사람들이 한 번은 꼭 제대로 공부해야 하는 성경 또는 문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에 영생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경을 공부하다 보면, 창조에서 홍수까지를 이해하면 성경 전체의 메시지와 흐름, 그리고 세계사가 한 눈에 보이는 경험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적 입장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며 과학자의 눈으로 본 성경을 새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기꺼이 추천하는 책입니다. 성경 해석에는 하나의 정답이라는 것이 없고, 어떤 문제는 선택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면, 덮어놓고 믿을 것이 아니라 학문적 객관성을 담보한 주해를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공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