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미진 옮김 / 36.5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 이순간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무 할 일이 없어 막막했던 적이 있으십니까? 저에게는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갑자기 밀려왔던 그 아득한 느낌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눈을 떴으니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전쟁을 치루듯 잠에서 깨어 학교로 달려갔었는데, 이젠 아침이 되어도 가야 할 곳이 없었습니다.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갈등하며 스스로 대학진학을 포기했을 때까지만 해도, 졸업식이라는 목표가 있었던 방학 기간까지만 해도, 내게 이런 아침이 닥쳐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분명 내가 한 선택이었는데 그렇게 한순간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에는 저마다 인생 최악의 시기에 처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막막한 순간에 그들을 찾아오는 한 노인이 있습니다. "존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 노인은 사람들을 찾아와 말을 겁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그게 전부입니다. 대화. 그게 존스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신기하게도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생각 하나를 바꿨을 분인데 인생 최악의 날이 어느새 인생 최고의 날이 되어 있습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저자이기도 한 앤디 앤드루스는 동화 같은 자기계발서를 쓰는 작가입니다. 출판계의 전문가들도 그의 책을 분류하는데 난항을 겼었다는 그의 증언처럼 자기계발서라고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문학 작품처럼 읽힙니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 보면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작은 파문으로 시작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것입니다. 그의 책에 쏟아지는 찬사가 그 증거입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서도 그랬지만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은 사소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소함이 위대함을 결정하는 힘이라는 것, 그것을 깨닫는 것에서 특별한 인생이 시작됩니다. "누구나 큰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하지만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작은 것을 무시하다 보면 나중에 그 작은 것들이 훨씬 다루기 어려운 큰 것이 되어 있다네. (…) 자네는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세상에 작은 붓질을 하며 살고 있어. 그 작은 붓질 하나하나가 모여 자네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형상화해 나가는 거야"(23).

존스를 만난 사람들이 존스와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 특별한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비결은 하나입니다. 관점을 바꾸는 것! "관점이란 제가 어떤 상황을 어떻게 선택해서 보느냐 하는 거지요"(167).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갑자기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 최고의 상황으로 역전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당장 이 책을 펼쳐 드세요.

한 가지만 살짝 공개를 한다면, 메리 챈들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메리 챈들러는 중산층 가정의 사랑 많은 부모 밑에서 무남독녀로 자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그런데 존스가 찾아와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신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이상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의 마음은 불편해지고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감정의 골이 깊어져 관계가 소원해진 어머니가 지금 알츠하어머 병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리 챈들러는 온전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저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것밖에 못하는 어머니 때문에 하나님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은 잔인하고 흔히 않은 형벌이에요. 어머니는 이제 살아 계실 이유가 없어요. 아무 목적도 없으세요. 의사들은 어머니가 건강하시다고 말하지만, 왜요? 그건 잘못된 거에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요. 하나님은 불공평하세요" (…) "왜냐하면 만약 하나님이 공평하셨다면, 어머니가 돌아가실 수 있게 … 평화롭게 고통 없이 돌아가실 수 있게 해 주셨을 거예요. 우리 어머니는 더는 아무 목적도 없이, 아무 의미도 없는 하루하루를 연장하고 계세요. 그런 정말 잔인한 짓이에요"(179). 알츠하이머 병으로 사실상 뇌가 정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어머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것밖에 못하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이승에서의 삶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한 가지라도 찾을 수 있을까요?

존스와의 대화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는 메리 챈들러의 관점이 바뀌는 순간, 기적이 일어납니다. "메리 챈들러가 기대해 본 일도 없고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삶의 새로운 방향과 궤도가 새로운 목적을 갖고 펼쳐진 순간이었다"(186).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이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내일의 나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특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그리고 그의 전작들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만의 특별한 방식 때문입니다.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누군가 인생 최악의 시기에 처하여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충전해주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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