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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수학이란 무엇이며,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 왜 그토록 즐거운 일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16).
청바지를 사러 갔다고 가정해보자. 정가는 50달러이지만, 마침 20% 할인 판매한다고 한다. 그런데 판매세 8%는 별도로 내야 한다. 이때, 판매세를 먼저 계산해 총 금액에 합산한 뒤, 그 금액에서 20%를 할인받는 것과, 먼저 20%를 할인하고 나서 나머지 금액으로 판매세를 계산하는 것, 어느 쪽이 내게 더 유리한 거래일까?
답을 금방 아시겠습니까? 비슷한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는데, 저는 일단 이런 문제와 맞닥뜨리면 골치부터 아픈 사람입니다. 저자에 의하면 이것은 단순한 교환법칙으로 덧셈 방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곱셈 방식으로 생각하면 쉽다고 합니다. "8%의 세금을 적용한 뒤에 20%를 할인하는 것은 정가에 1.08을 곱한 뒤에 다시 0.08을 곱하는 것과 같다. 세금 적용과 할인의 순서를 바꾸면 곱하는 순서만 달라질 뿐, 답은 "최종 금액은 똑같다"는 것입니다(46-47). 그리고 이러한 교환법칙은 금융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유용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습니다.
수학이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걸 애석하게도 더 이상 수학을 공부하지 않게 되었을 때 깨달았습니다.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수학을 정말 열심히 배워보고 싶습니다. 수학이 거의 모든 학문의 기초를 떠받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의 기초가 됨은 물론, 스티븐 호킹도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을 후회할 만큼 물리학에서도 수학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사회학을 공부할 때도 통계 때문에 애를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피아노의 음계도 수학으로 설명되는 것을 보았을 때, 창조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논문을 보았을 때, 이 책의 저자가 좋아한다는 분수 1/7( = 0.142857142857 …)와 같이 여섯 자리로 된 142857이라는 순환마디가 계속 반복되는 독특한 숫자의 성질을 알게 되었을 때, 수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X의 즐거움>은 이 시대 최고의 수학자가 산수에서부터 대수학까지 수학의 주요 개념을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그런데 "알기 쉽게"라는 것은 일반적인 독자들의 반응이고, 수학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담 쌓고 살았던 저에게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는 것이 함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사물을 수학적 사고로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수학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이 없더라도 지적 자극을 즐기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큰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음수의 규칙으로 네트워크 모형을 만들어 각국의 동맹관계가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치달은 상황을 분석하고, 항등식을 이용해 보유한 주식이 손실과 이익을 연속적으로 일으킨다면 그 비율에 상관 없이 왜 원금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설명하고, 미적분으로 밀당을 하는 줄리엣과 로미오의 감정변화 주기를 예측하고, 선형대수학에서 나온 개념을 바탕으로 구글이 원하는 페이지를 쉽게 찾아주는 원리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 수는 나름의 생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수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수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지만,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하고 나면, 우리는 수의 행동에 간섭할 수가 없다. 수는 나름의 법칙을 따르고, 나름의 속성과 개성과 서로 결합하는 방식이 있으며, 우리는 그저 지켜보고 이해하려고 노력만 할 수 있을 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24).
제가 존경하는 한 은사님은 모든 학문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수학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신비요, 경이로운 세계이지만, 세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입시 때 다른 아이들은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찾아가는데, 순수 학문을 하고 싶다며 수학과를 선택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친구를 응원하기는 했지만, 이제야 친구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적 자극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신비롭고 재밌는 수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이 다섯 개가 아닌 건 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모두 제 탓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