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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
길지혜 지음 / 어바웃어북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박물관 읽어주는 여자"(5)
세계적으로 유명한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은 가보지 못해 애가 닳으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에 있는 박물관에는 가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소만을 탐했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을 보면서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우리나라에 이렇게 박물관이 많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예뻐하는 아이가 있으니 좀 더 좋은 것, 꼭 봐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을 가르쳐주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이렇겠지요? ^^ 그렇게 "교육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인데, 나도 잘 모르면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인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자는 세계 여행을 다니며 박물관 여행의 맛을 알았고, "인류의 문화유산과 교감하는 일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깨닫고 "박물관 읽어주는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5). "우리의 역사를 담은 유물들의 손때 묻은 이야기에 푹 빠"진 저자가 250여 군 데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녀본 후,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1>을 선정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을 보며 두 번째로 부끄러웠던 것은 내가 박물관 여행을 전혀 할지 모르는 무식자였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나이까지 살면서 박물관 자체를 목적으로 여행을 계획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현장학습으로 박물관에 가본적이 있지만 친구들과 장난치지 바빴는지 이렇다 할 기억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제가 다녔던 학교의 박물관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렇게 매일 학교에 다니면서도 시간을 떼워야 할 때 한 번 들어가보았지 한 번도 제대로 관람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가보았던 박물관 대부분이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렸거나 일정 중의 하나로 지나쳐 오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이 책을 보며 세 번째로 부끄러웠던 것은 아주 가까이에 흥미로운 박물관이 있는데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인천문학경기장에 자리하고 있는 <인천 어린이박물관>은 제가 일하는 곳에서 걸어가도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흥미로운 박물관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일상이 지루해지는 건 삶이 지루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을 늘 땅 끝에만 두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산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을 매일 새롭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가져야겠다 결심도 해봅니다.

아이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박물관 여행을 계획한다면 그 박물관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전시하고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박물관인지를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지요.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박물관 여행 101>은 국립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역사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이색박물관, 직업박물관, 글로벌박물관, 미술관&과학관, 대학박물관, 주말박물관 투어, 제주도 박물관 여행 등을 테마로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부록에서는 "박ㅁ루관 테마 여행 코스 15선"과 "지하철로 갈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정리해놓았습니다. 관심 분야나 지역을 고려하여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알뜰하게 꾸며져있습니다.

제가 예뻐하는 아이는 눈만 뜨면 "어이야"(밖) 가지고 조르는 녀석입니다. 올 여름 새로산 운동화가 벌써 바닦이 헤어질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3살 꼬마입니다. 힘들어 하는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낮 땡볕에도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사내아이입니다. 엄마는 매일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면서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이 아이를 위해 박물관 여행을 계획해봐야겠습니다. 저자는 박물관은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쉼터로, 한겨울에는 마음을 녹이는 화롯가로, 봄가을에는 화려한 봄꽃과 바스락거리는 단풍을 배경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즐거운 여행지"라고 강력 추천합니다. 아이에게 이보다 더 좋은 놀이공간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 보면 단순한 전시가 아닌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조금 더 커야 본격적인 박물관 여행이 재밌어지겠지만 당장은 "북서울 꿈의 숲 상상톡톡미술관"에 가보고 싶습니다. 부록에는 커다란 여권 모양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을 방문하고 스탬프를 찍어올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박물관은 멋진 로고가 새겨진 스탬프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아이와 함께 스탬프를 하나씩 찍어나가는 것도 여행와 일상에 즐거움을 더 하는 흥미로운 미션이 될 듯 합니다. 재미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서, 아이들과 이색 여행으로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