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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 - 전면개정판
문철진 지음 / 미디어샘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똑딱이 카메라로 못 찍을 사진은 DSLR 카메라로도 찍을 수 없다."
책 사진을 찍어 서평을 쓰자니 망설여집니다. 도대체 뭘 배운 것이냐고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두 컷만 남기고 모두 삭제해버렸습니다. 배운 것이 완전히 내 것이 되려면 최소 1만 번의 연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진 찍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인생의 하프타임을 지나고 있다는 자각 때문입니다. 만일 어떤 제약도 없다면 인생의 후반전에는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제 대답은 자유롭게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여행 사진 작가였습니다. 현실성 없는 꿈이라고 해도, 최고 수준의 작가는 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배워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DSLR 카메라를 사기 위해 이런 저런 정보를 알아보고 있는 중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똑딱이 카메라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러리스와 DSLR 카메라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분명히 알지 못하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런데도 DSLR 카메라를 사야겠다 생각한 건, 그것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라는 인식 때문이었고, 본격적으로 배우려면 좋은 카메라(!)를 갖는 것이 좋겠다는 나름의 계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볼 때마다, 특히 DSLR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저를 말렸습니다.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도 자동(AUTO)에 맞춰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럴 거면 DSLR 카메라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더 따끔하게 저의 고정관념을 바로잡아주었고, 훨씬 친절하게 행복한 사진의 세계로 인도해주었습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요? 이 책을 만난 기쁨이 꼭 그와 같았습니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이하도록 살다 보니 한 가지 깨달아지는 사실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론'을 익히지 않으면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는 경험이 이론을 앞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이론을 모르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손 안에 항상 카메라(핸드폰)가 있으니 사진 찍는 일이 일상이 되었고,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여행을 가서도 몇 백 장씩 사진을 찍어오는데, 막상 작품이라고 할 만한 사진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곤 합니다. 배경만 조금씩 다를 뿐 사진들이 하나 같이 비슷비슷합니다. 무장적 많이 찍어보는 것보다 기본적인 이론이라도 배워야겠다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이론의 위력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는 전면 개정판인데, 이 책이 왜 사진 분야 베스트셀러인지 알 듯했습니다. 일단 초보들도 이해하기가 무척 쉽습니다. 예를 들면, "사진의 7할은 구도"라고 하는데, "3분할만 잘해도 기본은 한다"는 가르침에 마치 심봉사가 눈을 뜨듯 앞에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글과 사진으로 설명된 이론이 단숨에 확 와닿았기 때문에 그런 기분에 젖어들었을 것입니다. 트리밍과 크로핑 같은 어려운 용어도, 반셔터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AUTO와 P모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감이 좀 잡힙니다. 좋은 사진을 많이 보는 것도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이라는 것도 확실히 알 듯합니다. 더구나 잘못된 사진과 잘 찍은 사진을 비교해서 보여주니 더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는 풍경, 인물, 여행, 음식 사진 잘 찍는 법은 물론 아기사진, 야경 사진 잘 찍는 법도 알려주고,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던 '노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줍니다. 화이트밸런스, 아웃포커스를 완전히 익히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3분할만이라도 확실히 익혀두려고 합니다.
좋은 카메라는 아직 없지만 사진 잘 찍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사용설명서를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초보자라면,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늘 비슷비슷한 사진들만 찍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꼭 보시라고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