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국립 회화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4
윌리엄 델로 로소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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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편에 실린 주소지로 지도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가보지 못한 곳이라 어디쯤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위치를 알고 있으면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고, 언젠가 한 번은 꼭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꿈도 구체적으로 꾸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 굴립 회화관은 "수세기에 걸친 독일의 문화유산이 집결된 곳"(뒷표지 中)이라고 합니다. "현재 소장품에 비해 공간이 너무 협소하"여, "1,600여 점의 작품들이 수장고에서 전시를 위해 기디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소장품을 자랑합니다(8). 이 책의 저자는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 가면 "유럽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서구 미술사의 전통을 이해하며 감동을 느낄 수 있다"(8)고 약속합니다. 베를린에 자리하고 있지만 시대와 사조, 국적을 넘어 조토, 카라바조, 판 에이크, 렘브란트, 루벤스, 와토와 같은 유명 미술가들의 관람이 가능한 곳이 바로 여기 베를린 국립 회화관입니다.

 

얼마 전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배가 있는데 미술관 방문이 기억에 남는 여행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림 앞에 한참을 머물러 있었는데, 그림에 대해 좀 더 알았더라면 감동이 훨씬 컸을 것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구체적인 유럽 여행의 계획도 없으면서 후배의 말을 듣고 더 열심히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독일은 '종교개혁'이라는 테마로 비전트립을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고, 또 유럽을 여행하고 온 많은 지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하는 곳이 독일이기 때문입니다.




 

왜 '베를린 국립 회화관'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건 순전히 이 사람, '카라바조' 떄문입니다. 유명세로 보자면 렘브란트 작품에도 관심이 있지만, '카라바조'는 세잔, 고흐와 함께 인간적으로 제가 몹시 좋아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에서 머리가 잘린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는 에피소드 때문에 그의 그름은 처음부터 제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살인를 저지르고(누명이나 오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쫓기며 살면서도 성경 그림을 그렸던 그의 작품들 속에 고뇌하는 그 자신이 보이는 것 같아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애잔해집니다. 성경을 가르칠 때, <성 마태오의 소명>과 같은 작품을 매개로 설명을 하면 딱딱한 강의가 감동의 옷을 입기도 합니다.

 




이 책, <베를를 국립 회화관>에서는 카라바조의 작품 중 '승리의 큐피트'(1601-1602)를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동시대의 화가들로부터 의심할 여지 없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당대의 박학다식한 인물들로부터 시적, 문학적인 소재를 잘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었지만, 지금은 해석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고 합니다(100). 장난스러우면서도 천진한 생동감이 가득한 어린아이의 모습의 큐피트가 인상적입니다.

 

카라바조는 "일반인들 중에서 모델을 구했"습니다(101). 거리의 부랑자나 집시의 얼굴을 모델로 예수님을 그리거나, 위에서도 말했지만 머리가 잘린 골리앗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일은 유명합니다. "승리의 큐피트" 역시 실제 인물을 모델로 했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작품에서 "모호한 미소를 띠고 있는 젊은이는 체코 브라보이며 장난스럽지만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헨리 8세의 벽화'를 거꾸로 보면 사탄의 얼굴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 벽화는 16세기 작업 기법으로 그려졌다는데, 헨리 8세는 종교개혁으로 가톨릭을 반대하고 제압한 인물입니다. 방송에서는 디아메이드 수도사들이 이 그림에 일부러 사탄의 얼굴을 그려넣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림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상징들이 숨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은 그저 마음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이렇게 숨겨진 코드를 읽는 것도 그림을 감상하는 또다른 재미입니다.

 



 

 

카라바조의 "승리의 큐피트"도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숨은 상징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큐피트는 천문학의 상징인 별들이 있는 푸른 천구 위에 앉아 있으며(표지 그림으로 봐야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는 세계 전체에 대한 승리를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101). 또 큐피트 주변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러 물체들이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데, "월계수는 불멸의 상징이며 문학적 명성과 연관"되고, "무구는 권력에 대한 욕구와 연관"되며, "뒤편에 굽힌 다리, 왕관, 그리고 해골은 지상의 권력을 의미한다"고 풀이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면 언제나 "알아야 보인다"는 말이 새삼 실감이 됩니다.

 

<베를린 국립 회화관>은 대표적인 작품별로 간단한 설명과 해석을 담고 있는데, 회화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보다 작품 한 점 한 점을 감상하는 힘을 키워줍니다. 단편적이지만 한 작품을 감상하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카라바조 뿐 아니라, 렘브란트와 보티첼리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 가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더구나 지금도 잊지 못하는 만화영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오가 루벤스의 그림 앞에서 숨은 거두는 장면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데, 그 루벤스의 그림도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베를린에 가게 된다면 국립 회화관이 일순위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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