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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위그와 마녀 ㅣ 다이애나 윈 존스의 마법 책장 1
다이애나 윈 존스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4년 5월
평점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작가 다이애나 윈 존스의 마지막 작품!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것이니까 내용도 좀 유치하고 작품성도 다소 떨어지고 완성도가 허접하다는 편견을 완전히 박살내준 것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은 완성도가 높은 그림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심오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습니다. 미야자치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큰 화면으로 봐주어야 한다는 어떤 분에 이끌려 극장으로 단체관람을 갔었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인상은 다소 난해하다는 것.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 다시 감상을 하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이어위그와 마녀>,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책이 '다이애나 윈 존스'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작가입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도, 다이애나 윈 존스도 영국인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마법을 사용하는 독창적인 판타지"에 영국이 강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제야 이어워그는 이번 일이 몹시 대단한 도전이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33).
주인공 "이어위그"는 "집게벌레"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좀 특별한 소녀입니다. "머리카락이 집게벌레처럼 늘 위로 삐죽 솟아 있"어 '집게벌레'라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된 듯합니다. 성 모어발트 고아원에서 행복하게 살던 이어위그는 어느 날 수상한 부부에게 입양되어 고아원을 떠나게 됩니다. 어떤 부모도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어위그를 입양한 이 이상한 부부가 입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어위그가 입양되고 알게 된 사실은 새아빠는 악마이고 새엄마는 못된 마녀였다는 것입니다. 새엄마는 이어위그가 착하게 굴면 마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이름만 새엄마일 뿐 이어위그를 보살필 생각은 없고, 그녀를 부려먹을 생각만 하는 사람입니다. 마녀는 자신의 일을 도와줄 일손이 필요해서 이어위그를 입양했을 뿐입니다. 못된 마녀와 무서운 악마와 함께 살게 된 이어위그! 이어위그는 자신의 삶에 닥친 이 위기가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이어위그는 도전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더 행복하게 살려면, 저 두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주게 만들어야 해"(133).
이어위그는 마녀(새엄마)가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마법을 스스로 배우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어위그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 하나를 이미 스스로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행복하려면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입니다(33). 이 생각이 마치 강력한 마법의 주문처럼 작용하여 이어위그의 삶을 행복하게 역전시켜 놓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가 다 해 주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어위그의 마법(생각)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의 멋없는 해석일까요? 자신에게 닥쳐온 위기와 불행에 용감하게 맞서는 이 어린 꾜마가 기특하기는 하지만, 어른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정하려 드는 것 같은 영악함이 다소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들은 이 책에서 무엇을 배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어위그는 모르는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사실 이어위그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아원 현관 앞에 버려졌을 때, 포대기에 이런 메모가 꽂혀 있었습니다. "다른 열두 명의 마녀들이 저를 쫒고 있어요. 마녀들을 다 따돌리고 나면 아이를 찾으러 오겠습니다. 몇 년이 걸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아이 이름은 '이어위그'입니다"(24). 마녀에게 쫓기고 있는 이어위그의 엄마도 역시 마녀일까요? 그렇다면 이어위드고 마녀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작가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이어위그의 출생의 비밀을 푸는 후속작도 나오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기도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한글자도 놓치지 않고 다섯 번이나 꼼꼼히" 읽으며 강력 추천한 책이라고 하니 그가 감독한 애니매이션으로 이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말입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갈 만큼 흥미롭기는 했지만, 최근 스케일이 큰 판타지에 중독이 되어서 그런지 이 짧은 동화에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작가,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남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