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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 - 예술적 감성을 가진 아이 키우기
줄리아 카메론 지음, 이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부모인 우리와 아이들이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 점은, 바로 창의적 치유의 모순이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노는 법을 다시 배우고, 아이들도 놀게끔 가르쳐야 한다"(259).
이 책을 읽으며 부모님께 감사했습니다. 마음껏 놀면서 자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한 번도 학원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친구들은 피아노다, 태권도다, 주산이다, 미술이다, 최소 한 두개의 학원은 기본으로 다녔습니다. 언젠가 부모님께 오빠는 태권도도 배우고 보이스카웃도 하고, 여동생은 기타 학원에 다니고, 남동생은 합기도도 배웠는데, 왜 나만 학원에 안 보내셨냐고 물었더니, 저는 뛰어노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그러십니다. 어릴 적, 저는 옆 동네 놀이터까지 원정을 나가 고무줄계를 평정하고, 비가 오면 라면 봉지에 소금을 한움큼 담아다 동네마다 지렁이를 찾으러 쏘다니는 골목대장이었습니다. 숙제만 끝내놓으면 다른 건 뭐라 하지 않으시는 부모님 덕분에 실컷 뛰어놀며 자랐습니다. 엄마가 시장이 가실 때면 항상 동행했고,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 아빠와 별도 보고, 여름이면 계곡에 텐트를 치고 온 가족이 일주일씩 살다 오기도 했습니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별로 들은 기억이 없지만, 그만 놀라는 잔소리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우리 사남매는 가끔 어릴 적 이야기를 하며 부모님이 우리를 '방목'하셨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하곤 합니다.
자신의 문제는 역시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1박 2일 짧은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친구가 딸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인 친구의 딸은 계속 엄마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친구는 '1시간 만이야" 하며 핸드폰을 주곤 했는데, 이런 실랑이는 돌아오는 날까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딸이 보채니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핸드폰을 주었지만, 하루를 같이 지내면서 보니 엄마가 딸의 요구에 진심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1시간만이야"라는 말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았는데, 제가 보기엔 그건 의미없는 말의 반복일 뿐 귀찮아 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처음엔 계속 이런 저런 일로 투정을 부리는 딸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반응이 위험해보였습니다.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웨이>는 한마디로 자녀와 즐겁게 놀기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자녀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즐겁게 놀라는 가르침입니다. 창의력이나 예술적 감성은 학원에 다니면서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자유롭게 놀 때 저절로 꽃피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자주 놀지 못하거나 제어를 많이 받은 아이들은 자기 본능에 충실하지 못한 어른이 된다"(81)고 경고합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들의 하루를 분 단위까지 쪼개어 계획하고 있지만, 그렇게 꽉 짜여진 일정 속에서는 영감과 자발성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114). 뿐만 아니라,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게임을 멀리하라고 하면서 정작 부모가 핸드폰 화면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요? "과학과 기술의 과잉 속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말도 대충 흘려 듣기 마련"(199)이라는 저자의 한마디가 따끔합니다.
"부모가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면, 아이도 독창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서로 같이 창의성을 찾으려 노력하면 부모 자식 간 강한 유대감도 조성된다. 부모가 긍정적 태도만 준비된다면, 아이가 모험을 즐기고 행복의 범위를 넓히며 사는 것은 시간 문제다"(18).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는 자녀에게 창조적 자질(예술적 감성)을 일깨울 수 있는 12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것은 3가지 기본 개념을 토대로 합니다. 저자는 먼저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저자는 우선 자녀가 태어난 후 부모가 겪는 정서적 변화(부정적 감정)를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같은 주제를 다룬 <부모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이 사례와 통계를 분석한 학문적 연구서였다면,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는 순전히 경험을 통해 깨달은 지혜서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저자가 직접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양육 노하우를 고안해냈습니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의 3가지 기본 개념이며, 저자는 여기에 "모닝 페이지, 창조여행, 일간하이라이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자녀가 태어난 후, 극심한 정서적 변화를 겪으며 부정적인 감정(외로움, 우울함, 죄책감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면 '모닝 페이지'를 실천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감정을 정리하고, 명확히 하고, 때로는 위로하고, 도발하며, 회유하는 모든 내용을 자유롭게 쓰는 과정"(19)입니다. 저자는 "딸이 걷지도 못하는 아기였을 때, 계속 관심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지쳐갈 때쯤 모닝 페이지 개념을 고안해 냈다"고 고백합니다. 모닝 페이지의 포인트는 "역동하는 감정을 처리할 배출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 양육은 정서적 경험이기 때문에 부모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모닝 페이지를 통해 이런 감정들을 아침에 처리 및 배출하고 나면,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은 하루 동안 아이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19-20).
비싸고 복잡한 장난감을 사줄수록 아이들은 금세 질린다고 합니다. 장난감이 너무 많아도 아이들은 지루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책은 '빈 종이' 한 장의 위력을 가르쳐줍니다. 비싸고 복잡한 많은 장난감보다 빈 종이를 가지고 부모님과 즐겁게 노는 1시간이 오히려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과 창의력을 선물할 수 있는 귀한 기회라는 것입니다.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에 많은 힌트를 제공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떻게 자녀를 키우는 것이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행복한 일인지를 보여줍니다. 아이와 함께 즐겁게 논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 포인트는 아이를 "놓아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놓아준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아이의 행동을 너그럽게 지켜봐주며 뜨겁게 반응해주는 것입니다. 저자는 '엄격한 부모 타이틀'을 떼고 아이들에게 모든 걸 맡겨 보라고 조언합니다(173). "창조성은 원래 너그러움에서 생겨나며, 안정감을 느끼고 잘 받아들여지는 환경에서 크게 자라난다"(28)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믿어줘야 하고, 믿음 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놓아 주어야 한다"(262)는 조언 속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를 위한 아티스트 웨이>는 남들이 가는 길로만 따라가는 부모님들에게 나만의 양육 철학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어떤 이론서적이나 사례연구보다 재밌게 읽히며 또 보석과 같은 지혜가 가득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발견하는 지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자녀는 물론 부모의 인생까지 반짝이는 활기로 가득하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