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에세이 기술 - A+ 리포트.논문.글쓰기 전략 위풍당당 청춘 멘토링 시리즈
피터 레빈 지음, 이준희 옮김 / 소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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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말하는 '독서'란 방대한 참고 자료 더미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내는 과정이다"(9).

 

 

몇 년 전, 다시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한 교수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에세이 과제를 내주면 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몇 장을 써야 하나요?", "글자 크기는 몇 포인트로 할까요?", "줄간격과 좌우여백은 몇인가요?"라는 질문을 쏟아낸다는 것입니다. 정작 써야 할 에세이 주제나 내용보다 문서 형식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는 지적이셨습니다. 규격이나 분량을 정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입니다. 손으로 에세이를 작성했던 세대와는 달리 컴퓨터가 익숙한 세대에게는 문서 형식과 분량이 더 일차적인 궁금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교수님들 사이에서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과제를 함께하거나 대신해준 폐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대학 에세이 기술>은 에세이 과제를 수행해야 할 대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잘 쓰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새내기를 돕는 친절한 선배처럼 준비부터 완성까지 에세이를 작성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전략적으로 설명합니다.

 

우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대학에서의 글쓰기"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대학 에시이 기술> 중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독서의 목적과 전략" 부분입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기술 중 하나는 교수님이 제시한 참고문헌을 "모두", "빠짐없이" 읽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랫만에 대학원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을 때, 한 과목 당 한 주에 5-6편씩 되는 논문은 물론 몇 권이나 되는 참고문헌을 읽느라 힘겨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 부족했지만, "다" 읽고 가지 않으면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이 책은 "대학에서의 독서는 일종의 보물찾기"라고 말합니다. 모든 참고문헌을 샅샅이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필요한 내용만을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는 "탐정 수사"(31)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이 책에서는 책을 훑으며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는 독서법을 자세히 다룹니다. 과제 유형별로 에세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도 가르쳐주고 있지만, "쓰는 기술"보다 "읽는 기술"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어떤 독자가 "대학 글쓰기는 읽기부터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뒷표지 中에서).

 

쓰기 기술에서 저자가 집중적으로 가르쳐주는 요령 중 하나는 "교수님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교수님이 답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예민한 '촉'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창의적인 생각이 담긴 에세이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론을 일반화 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나름 열과 성을 다해 기말 에세이를 제출했는데, 그 교수님이 원했던 것은 어쭙잖은 내(학생) 생각을 잔뜩 적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목에서는 고등학교 필기 노트처럼 특정 이론을 잘 정리한 학생의 에세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또 어떤 선배는 교수님이 가르쳐준 이론과 정반대의 이론을 근거로 수업 내용을 반박했다가, "이런 내용 가르친 적 없음"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F학점을 받았다는 일화가 전설처럼 전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교수님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힌트를 제공합니다. 좋은 학점을 원한다면, "교수님 스타일 파악하기"는 생각보다 중요한 (고급) 기술입니다.

 

이 밖에도 <대학 에세이 기술>은 표절의 문제와 참고문헌 인용의 기술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레포트**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여 다른 이의 에세이를 손쉽게 사고팔 수도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의 것을 내 것처럼 제출하는 행위에 무감각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예전에, 한 후배로부터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였지만) 베낀 것을 걸리지 않기 위해 아프리카 도서관을 검색하여 자료를 찾는 학생도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의도적'으로 다른 것을 베끼지 않아도, 에세이를 쓰다 보면 표절의 '의혹'을 받을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대학에서의 연구라는 것이 선행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다 보니 자료를 검토하고 인용하는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의도치 않게 표절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대학원 다닐 때 알았다면 내 인생이 많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랬다면 학점이 달라졌을 것이고, 학점이 달라진다면 다음 단계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쓰기는 대학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에세이를 잘 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감'을 잡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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