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의 두뇌는 희망이다 - 혼란을 넘어 창의로 가는 위대한 힘
대니얼 J. 시겔 지음, 최욱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청소년기의 뇌의 변화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리가 청소년으로서 또는 그들 곁의 성인으로서 청소년기라는 바다를 어떻게 항해하느냐에 따라 삶이라는 배가 위험지역으로 갈 수도 있고 신나는 모험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결정은 우리의 몫이다"(21).

 

 

우리나라만큼 청소년들이 불행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린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도 방관한 했던 어른들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부픈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목숨을 짓밟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을 "위해" 한다는 조치가 고작 수학여행 취소 결정인 것을 보며, 이 나라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고, 청소년 문제에 반응하는 어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여 부끄럽다는 말도 미안할 지경입니다.

 

<십대의 두뇌는 희망이다>는 청소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또 그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보통 '십대'는 불안정하고 미숙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는 그저 아무탈 없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시기가 바로 십대, 청소년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신화를 깨는 것이라고 밝힙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문화권'에서 청소년기는 하나의 "거대한 시련"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문화 속에 살고 있건 청소년기가 문제의 시기인 것은 분명한가 봅니다. 문제는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우리가 청소년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의대 정신의학 임상교수이며 자녀양육법를 집필하기도 한 저자는 "청소년기를 둘러싼 많은 신화가 명백한 거짓임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음을 지적"합니다. "청소년기를 둘러싼 가장 강력한 신화 중 하나는 폭주하는 호르몬이 십대들을 '돌게 또는 '정신을 놓게' 만든다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이다"(13). 청소년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호르몬만의 영향이 아니라, "뇌 발달 과정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십대의 두뇌는 희망이다>는 바로 청소년기의 뇌 발달 과정의 변화를 밝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이 시기의 뇌 발달 과정의 변화를 이해하고 청소년기의 특징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이 청소년기의 특징이 성인이 된 뒤에도 우리 삶을 놀랍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는 새로움 추구, 예민하고 강렬한 감수성, 사회적 참여(유대감), 창조적 탐험과 자의식이 확대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러한 특징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여 청소년기의 힘과 목적의식을 성인기까지 유지하면 인생 전반에 걸쳐 활력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청소년기의 본질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청소년기 동안 뇌가 성장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특히 청소년기에 타인과 강한 유대관계를 쌓는 방법을 논의하고, 청소년기의 내면 심리와 대인관계를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파트의 끝에는 "마인드사이트 도구"라고 하여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훈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마인드사이트는 내면의 바다 속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종의 명상, 주의집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뇌의 통합적 사고를 기르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많은 십대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는 "사고, 마약 사용, 무기로 인한 상처, 자살 그리고 살인까지 12세부터 24세에 이르는 이 기간은 일생 중 가장 위험한 시기"(36)라고 말합니다. 청소년기가 재앙이 되느냐 행복한 삶의 원동력이 되느냐는 우리가 그 시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무지와 게으름, 그리고 선입견 때문에 어쩌면 막을 수도 있는 재앙에 청소년들이 내몰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십대의 변화와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직접 경험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일러줍니다. 십대와 갈등을 겪으며 그들과 소통하고 교육하는 일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부모에게 이 책이 해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특히 십대에게 '금연'을 가르치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든지, 해서는 안 좋은 행동이라든지,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된다든지 하는 잔소리나 금지 명령이나 위협은 청소년들에게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효과가 있었던 전략은 담배회사를 소유한 어른들이 십대가 흡연을 하도록 세뇌시켜서 돈을 벌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117)이었다고 합니다. "끔찍한 정보를 십대에게 전달해서 겁을 먹게 하기보다는, 십대에게 담배를 팔아서 부자가 되려는 어른에 맞선다는 긍정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욱 효과적"(117)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청소년기의 자녀를 이해함과 동시에 부모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서도 가르쳐주는데,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양육법은 "권한부여 양육법"입니다. 권한부여 양육법이란, "따뜻한 사랑을 주고, 적절한 한계를 설정하며, (자녀의) 나이에 적합하게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방식이다. 이 양육법은 동시에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균형잡힌 방법이다(53). (자녀에게) 도움을 제공하되 (자녀와의) 분리를 장려하는 것이다"(53).

 

솔직히 길거리에서 십대를 마주치면 눈이 마주칠까 겁나고, 교복 입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을 보아도 훈계는커녕 오히려 고개 속이고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에서 경찰서에 붙잡혀 와 있는 동협이라는 학생이 보호자가 되어준 도진에게 "저희 왜 도와주셨어요? 별로 좋은 인연도 아닌데" 하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도진이 (불량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는) 동협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난 어른이고 니들은 아직 보호해야 할 만큼 어리니까." 동협이 힘으로는 도진을 이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할만큼은 어렸습니다.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관계는 서로가 얼마나 이해하려고 애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 십대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그때 제 꿈이 결정되었고, 제 믿음이 결정되었고, 제 가치관이 결정되었으니까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십대, 그들에 대한 최소한 애정으로라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갑니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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