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13
루치아 임펠루소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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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품이 명화임을 아는 것보다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왜 명화로 불릴 만한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명화라면 늘 생각할 만한 질문들을 제시해줄 것이다"(8).

 

 

이탈리아 여행은 제 오랜 꿈입니다. 로마에도 가보고 싶고, 피렌체에도 가보고 싶고, 밀라노에도 가보고 싶고, 또 시실리아 섬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베네치아입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영상이나 사진으로 볼 때마다 그 이국적인 풍경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베네치아의 낙조 속으로 성큼 걸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에 몸살이 날듯 합니다.

 

이탈리아가 이토록 매혹적인 것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고대 로마 유적 뿐 아니라, 그곳이 르네상스를 꽃피운 본토이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발달한 미술과 건축물도 죽기 전에 이탈리아에 꼭 가봐야 할 이유 중 하나입니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12세기, 그러니까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이행하는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주요작품부터" 르네상스의 절정을 거쳐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베네치아 회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교육적인 용도"로 설립된 미술관인데,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혁명군이 베네치아를 점령하여 "100여 군데의 종교 건물이 철거되고 40여 개의 교구 교회의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과정 중에서 "교회가 가지고 있던 여러 점의 미술품"을 구입하여 설립한 미술관입니다(11). 이런 까닭에, <베니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는 제단화를 비롯한 성화가 많이 보입니다.

 



 

 

미술에 대해 아주 일반적인 대중적 지식밖에 없는 저는 <베니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아는 화가의 이름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베니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기행은 새로운 만남이었고 낯선 여행이었습니다.

 

위의 작품은 조르조네의 <폭풍>이라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이 그림이 "베니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소개합니다. 이 작품이 명화인 것은 우리에게 "생각한 말한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랍니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새로운 수수께끼는 "새로운 도상학적 시도"라는 것,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재"라는 것, "자연 풍경에 대해 놀라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등을 종합하여, 바로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 그림의 소재는 미술사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가장 뛰어난 해석은 피사의 유명한 고고학자인 살바토레 세티스가 제시한 것으로 원죄로 인해 천국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운명을 표현했다는 것"(64)이라고 합니다. 빛과 색채, 구도, 그리고 상징들을 어떻게 풀이해 내느냐에 따라, 또 거기에 감상자의 감정을 더하여 해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그림을 읽어주고 책'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일 것입니다.

 

<베니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읽으며 하나 배운 것은 해석의 열쇠를 어디서 찾을 것이냐 하는 것이 명화를 감상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색채치유학'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색채론에 의하면 "주황색은 임산부와 젖을 먹이는 어머니들에게 아주 좋은 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서양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치마는 거의 주황색"이라는 것입니다(박광수, 의식주 힐링칼라 中에서). "라파엘로를 비롯한 중세 화가들의 성모상은 거의 주황색 치마를 입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성모도 대부분 빨간색인듯, 주황색인 듯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미술가들의 심미안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기행은 (우리에겐 낯선) 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간략한 설명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포인트를 콕콕 짚어줍니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설립되기 전, 베네치아는 "오랜 세월 동안 자치권을 가지고 있던 베네치아"가 "이탈리아 왕국의 일부"로 편입시킨 후라는 설명을 염두에 두면, 아마도 이탈리아와는 독자적으로 차별화된 양식의 회화를 발전시키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봅니다. (제게 그런 미술사적 지식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감상하는 또다른 의미와 재미가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간다면 베네치아를 방문하고 베니치아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미술관입니다. 그곳에서 이 그림들을 다시 만난다면 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몹시 반가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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