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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 - 글로벌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 신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뱅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비즈니스맨이라면 먼저 종교를 공부하십시오"(5).
종교사회학은 종교 현상을 사회학적 시각에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독보적이면서 대표적인 연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종교사회학은 사회학은 물론 종교학에까지 능통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거나 별다른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과하기 쉽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종교적 갈등'이 사회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은 분위기에서는 그 영향력을 더 깊이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옆집이나 옆 짝꿍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고 어떤 신을 믿던지 상관하지 않으면서, 내 가족은 꼭 같은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합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의 종교가 일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 때문에 결혼이 깨지기도 하고, 종교적인 갈등이 가족의 불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릴 적, 우리 할머니도 한 집안에서 두 신을 섬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손자 손녀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는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큰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종교사회학자인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즈니스맨에게 이렇게 권유한다고 합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먼저 종교를 공부하십시오"(5). 비즈니스맨이 특별히 종교를 공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재 글로벌 사회의 핵심적인 생존 열쇠는 다른 신앙을 지니고 있거나 다른 문명권에 속한 사람들이 어떠한 국제적인 관계(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구상에 달려 있습니다. 바람직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종교들의 '상호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6).
이 책은 "머리말"만 읽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책입니다. 종교는 경제, 정치, 법률, 과학기술, 문화예술, 사회생활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삶의 바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근간이기도 합니다. "종교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어느 문명도 종교를 핵심으로 하여 그 사회를 만들어나갔습니다. 그 방식은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지만 인류의 지적 유산이란 결국 종교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종교적인 교양'은 그렇기 때문에 복수의 문명권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대세계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결한 조건입니다"(7).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인간이라면 모두 종교를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 불교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 인도 문명, 중국과 일본의 문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줍니다.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되어 있고, 그 특징들을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2강 종교개혁과 미국의 행동원리"에서 설명된 "예언자 역할로서의 저널리즘"에 관한 것입니다. 왜 저널리즘이 본질적으로 권력의 반대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러한 비판이 가능하도록 사상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배운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고 왕이나 정치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고 방식 때문에 왕이나 정치가를 비판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86).
이외에도 이슬람이 "연대"를 중요시 하는 이유,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문명의 다양화가 나타나는 이유, 유교를 정치 이론이나 학문으로 보지 않고 종교로 보는 이유, 중국이나 일본에서 변형된 불교,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일본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힌두교'의 힘이 새롭게 와닿았습니다. 모든 종교가 힌두교로 수렴할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 국제 사회 통합에 힌두교가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뉴에이지 운동에 힌두교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찾아지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종교사회학을 이해하는) '입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여러 종교를 다루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약간 이해가 부족한 설명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대교의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당시 가장 참혹한 형벌인 십자가형에 처했습니다"(20), "구원이란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해준다는, 하나님께 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의미입니다"(38), "최후의 심판 때까지 하나님은 지상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지상의 일은 인간들끼리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51)와 같은 설명은 성경(기독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는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 인도와 중국, 일본인들의 문화와 삶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관점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인류의 마지막 전쟁은 종교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있습니다.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은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여러 모로 여러 목적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