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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이무석 지음 / 두란노 / 2014년 3월
평점 :
"성격 이해가 곧 치료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프게 깨달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행복도 불행도 인간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꿈과 성취가 모든 것이었고, 그것에 제 행복이 달렸다고 믿었습니다. 꿈을 이루는 인생이 행복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아니었습니다. 삶의 순간순간에 맞닥드리게 되는 깊은 행복감도, 심장이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아픈 상처도 모두 인간 관계가 좌우했습니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저는 오히려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 하나님 앞에 울부짖을 때가 더 많습니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EBS에서 방영되는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로 가족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이 나와 함께 치료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놀라운 사실은 절대 화해할 수 없고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가족들이 "아주 작은 이해"를 통해 그토록 오래 힘들어 했던 갈등을 해소하고 다시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렇게 작은 이해 하나만 있어도 되는 것을 우리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서로 미워하고 아파하며 삶을 낭비하고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와 같은 같은 읽는 일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지평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를 읽는 시간은 그렇게 나와 너를 이해하는 시간이었고, 그 자체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었고. 또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는 성격 이해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어떤 사람은 심한 정신병에 걸리는데 다른 사람은 아무 일 없이 잘 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9). 그런데 "이 개인차는 성격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신(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격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내적인 고통은 스트레스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격 문제 때문이다. 환자가 자신이 성격 문제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11).
"특히 유년기의 경험들은 대부분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 숨어서 우리의 행동을 조종한다. 무의식에 숨어서 우리 행동을 지배하는 이 부분을 정신 분석에서는 '무의식적 갈등'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것이 성격을 치료하는 방법이다"(10).
성격 이해가 곧 치료"라고 말하는 이 책은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1부에서는 성경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 기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성격 장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11가지 유형을 설명하고, 3부에서는 성경 인물을 중심으로 그 사람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살펴봅니다.
책은 저자 이무석 선생님의 강의를 녹취한 것이라 현장에서 직접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은 생생함이 있고, 실제 강의에서 사용하는 그림 자료로 보이는 여러 가지 이미지 컷이 내용의 이해를 돕습니다.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정신 분석 이론들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기독교인에게는 "하나님과 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성격 인자를 발견"하여 제거함으로써 영적 성장을 돕는 고마운 책입니다. 특히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상대로 목회를 하는 사역자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정보가 많습니다.
이무석 선생님은 "교회에서 하는 내적 치유가 굉장히 위험하다고"(97) 진단합니다. 억압 되어 있는 분노가 분위기에 밀려 올라오면 자아가 압도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심한 정신 이상 증상이 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새겨두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격 장애 11가지 유형" 중에서는 "경계선 장애 성격"에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교회에서 목사님 쫓아내는 데 선봉장 노릇하는 사람들이 대개 이런 사람들"(169)이라는 설명 때문입니다. 목사님을 쫓아내는 사람을 가만히 보면 처음에는 목사님을 이상화시켜 놓고 굉장히 좋아하며 충성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마음에서 이상적인 인물로 만들었다가 사소한 오해라고 한순간 그 목회자를 배신자로 여기며 증오하게 되고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는 성격 장애 유형을 설명하며 그 사람들을 어떻게 돌보고 도울 수 있는지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혹시 성도들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교회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결국 성격은 가정에서 만들어져요. 어릴 때 어떤 가정에서 자랐느냐 하는 것이 결정적이에요"(213-214).
이 책을 읽어보면 결국 성격 문제는 '자존감'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란 '자기 가치감'을 말하는 건데, 사람들은 남의 점수만 매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점수를 매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점수를 높게 주는 사람이 있고 형편없이 낮게 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27). 성격 치료의 한 방편은 자존감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에 대한 자기 평가를 현실화"(198)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과 함께 이무석의 <나를 사랑하게 하는 자존감>을 함께 읽으면 더 좋을 듯합니다.
다른 책에서 정체감은 아버지가, 자존감은 어머니가 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부모도 일부러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의도치 않게 자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완변한 사람이 없듯이 완변한 부모도 없는 것입니다.
낮은 자존감은 "초자아가 자기 점수를 사정없이 깎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복된 소식은 이 초자아의 자리에 냉정하고 엄격했던 부모님이나, 학대하고 방치했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하나님 아버지"를 모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시는, 사랑의 근원이신 하나님 아버지를 모시는 것이 완변한 치유의 길이요, 온전한 회복의 길임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귀신 들렸다고 평가하기 전에 정신과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해요"(309).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는 3부에서 성경 인물의 성격을 중심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떤 행동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밝힙니다. 설교를 통해서는 잘 들을 수 없는 내용이기에 더 흥미롭기도 했고, 또 이렇게 성경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이 신선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성격을 통해 가장 깊이 이해하게 된 인물은 바로 "이삭"입니다. 화낼 줄 모르는 이삭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또 그런 성격이 이삭의 가정과 자녀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중 무엇보다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거라사의 귀신 들린 자"를 통해 정신 질환자와 귀신 들린 자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 배운 것입니다. 이것은 현장 목회에서 가장 위험하고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기에 새기고 또 새겨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보다 깊이 있는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때로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은 회피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기도 하고 인정하기 어려울 만큼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더 잘 알수록, 또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수록 불필요한 고통은 덜어지고 더 깊은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무석 선생님이 서문에서 하신 말씀 중에 마음에 깊은 위로를 준 한마디가 있습니다. "자기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서로를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서로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더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일에, 특히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되는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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