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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병법 ㅣ Wisdom Classic 1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약한 자가 싸움을 할 때 우리는 정의롭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22).
싸움의 기본 상식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긴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은 전쟁터에서 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발견되고 확인됩니다. 동생은 힘 쎈 형을 이길 수 없고,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에 동네 구멍가게들은 속수무책으로 집어 삼켜집니다. 그러나 역사는 또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기는 것이 절대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기도 합니다. 약한 것도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도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다윗와 골리앗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소년 다윗을 깔보았던 장수 골리앗은 다윗의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맙니다. 다윗은 약자였지만 그에게는 자신이 옳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목동이었던 다윗은 몸에 익숙하지 않은 갑옷을 벗어던지고 평소 가장 자신 있는 장돌 던지기로 거인 골리앗을 한방에 제압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약자가 자신의 강점으로 강자의 약점을 파고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자서병법>의 전제는 "나는 약하고 상대는 강하다"는 것입니다(29). 나는 약하고 상대는 강하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싸움을 해야 하는가, 싸움을 해야 한다면 이길 수는 있는가, 이길 수 있다면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인가를 논한 책입니다.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충의로 이름을 떨치던 가문 출신"으로 간신의 모함을 받아 아버지와 형이 살해당하자 망명객 신세가 된 뒤, 복수를 위해 오나라 왕 합려를 도와 강국 초나라를 쓰러뜨린 인물입니다. <오자서병법>은 신생 오나라가 강국 초나라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승리의 비결을 담은 병법서입니다. 그 비결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반격"의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오자서병법>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가 <오자서병법>의 이론이라면, 2부는 <오자서병법>의 실제라 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서는 <오자서병법> 원문을 중심으로 반격의 조건을 논하고, 2부에서는 <오자서병법>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던 4명의 인물들을 다룹니다. 저자는 <오자서병법>의 핵심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응용했는가에 따라 하수, 중수, 상수, 고수로 나누고 있는데, 먼저 초한의 건국자 유비는 "근본은 알았지만 정밀한 부분은 모르는 하수"로, 명나라의 건국자 주원장은 '오자서병법'에 따라 천하를 평정했으나 천하를 얻고 나서 '오자서병법'의 기본을 무시한 중수로, 한나라를 세운 유방은 "승리 후 내부를 다스리는 면에서는 그가 주원장보다 월등했기 때문"에 상수로, 내전을 승리로 이끌로 현대 중국의 모습을 설계한 모택동은 <오자서병법>을 완전히 이해한 최고수로 평가하며 소개합니다.
<오자서병법>은 먼저 우리는 약하고 상대는 강한데 그래도 싸움을 해야 한다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묻습니다. 강한 상대가 나의 영역을 침범하고 해하고자 할 때, 반격을 하려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정의롭다는 자부심"이 있는지를 살피라고 합니다. 이는 "당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백성들에게 정을 베풀고, 그들에게 이익을 주었는가?"라고 묻는 것입니다. 반격하고자 할 때는 한몸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단결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합니다. 오자서는 도의와 덕정이 있어야 "정의로운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당당하게 싸움에 임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약한 자가 싸움을 할 때 우리는 정의롭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보호받고 있으며 행복하다. 그럼에도 상대방이 우리를 기어이 치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함께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다"(22-23). 다음 단계를 싸우기 전에 내부의 적을 먼저 다스리는 것입니다. 오자서는 특권을 누리려 하는 자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싸움에서는 아래 위의 단합이 제일 중요"한데(34), 여러 가지 특권을 이용해서 이익을 취하는 자들은 그 단합을 헤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오자서병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략 중 하나는 "절대로 배수의 진을 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부하들(병사, 백성)을 사지로 내몰지 말라는 당부입니다. "오자서는 부하들에게 위험을 무릅쓰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그는 아군은 가장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41). "싸움의 목적은 아군이 아니라 적을 죽이는 것이기에 아군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싸움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할 때, 우리는 정신력을 강조하며 죽기를 각오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자서는 마음은 그런 각오로 싸우되 부하들을 실제로 사지로 내몰지는 말라고 강조합니다. 대의를 위해 '고통 분담'이라는 명목으로 백성(부하)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리더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반격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면 드디어 싸움에 나설 차례입니다. 작은 세력이 큰 세력을 이기는 오자서의 전략은 바로 "유격전"(223)입니다. 유격전은 "빠른 것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더불어 <오자서병법>이 중시하는 것은 "반격의 적기, 즉 타이밍"(58)입니다. 강한 적을 공격할 때는 반드시 적이 준비를 갖추기 전에 기습적으로 쳐야 합니다. 통쾌한 반격의 기술은 적을 공격할 시점을 잘 포착하는 것에 승패가 걸려 있습니다. <오자서병법>은 그 적기가 언제인지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알아야 할 것은 반격의 필살기, 즉 싸움을 완전히 끝내는 전술입니다. 이는 최후의 승부로 "적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이 목적"입니다. 적을 깊숙이 끌어들인 후, 적의 힘을 뺀 다음 적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를 노려 지체 없이 반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오자서의 전술은 "적이 완전히 승리를 자신할 때까지 끝까지 기다렸다가 일거에 달려드는 것"(63)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패배까지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오자서병법>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65).
<오자서병법>은 <손자병법>처럼 복수의 전략을 논하지 않습니다. <오자서병법>은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는 "반격의 기술" 하나입니다. <오자서병법>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정의롭다는 자부심"의 힘입니다. 전쟁의 강함은 군사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에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오자서병법>에서 약한 자가 강한 자와 싸워야 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은 "상대보다 명분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가?"입니다. 절대열세였던 모택동이 장개석을 상대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명분, 즉 대의를 선점하여 "애국주의 세력들에게 커다른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194) 때문입니다.
싸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적이 얼마나 강한 가가 아니라, 적이 얼마나 부당한가일 것입니다. 부당한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인식, 이것이 약자가 가진 가장 강한 힘이며, 싸울 수 있는 용기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병법서이지만 다양한 응용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약자를 위한 병법서여서 그런지 <오자서병법>은 싸움을 부추기지 않습니다.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은 하지 말며,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라고 당부합니다. 그러나 적기를 노린 날카로운 한 방이 강자를 쓰러뜨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러 번 싸워서 많이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방으로 전쟁을 끝내버리는 것입니다. 적이 강자라고 미리 겁먹지 말고, 약자의 운명을 탓하며 좌절하지 말고, 그 최후의 한방을 위해 적기를 노리며 실력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누가 알겠습니까? 부당한 세력을 상대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신화의 주인공이 내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