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나를 알고 있는가 - 숨겨진 무의식을 발견하는 10가지 심리 프레임
옌스 푀르스터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디자이너다. 자신을, 자신의 삶을 직접 디자인하며, 자신의 스토리를 직접 쓴다. 기왕 쓸 것이라면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는 게 좋지 않겠나"(310).

 

 

남편(남자)에게 가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때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를 들면, "청소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 "알았어"라고 대답만 하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실 청소를 9시까지 끝내주세요"라고 하면 청소를 해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한다. 9시가 다가올수록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의식되기 때문이란다. 이것을 남자의 특징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배운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이렇게도 설명될 수 있겠다. "많은 과제에서 행동의 필연성은 목표가 다가올수록, 특히 기한이 정해진 경우 높아진다"(263). 

 

요즘 학계의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심리학의 괴력이 대단하다. 마케팅, 자기계발, 정치, 사회학, 경영학, 인지심리학, 진화심리학, 뇌과학까지 끼어들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심리학이 이처럼 엄청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이해를 도모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작적인(?) 또는 의도적인(?)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정말 나는 알고 있는가>는 심리학의 목표가 "자신을 가치 있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21). 저자는 우리가 "어떤 해석 모델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실제 정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건강하지 않은 해석 모델의 개조이다. 소리 없이 스며든 심리의 자동주의를 바꾸는 것이다. 힘들지도 않고 성공률도 높다"(259)고 덧붙인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바로 "나"(자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다. "우리의 무의식과 의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 넘나들며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26). 그러니까 내 안에 숨겨진 무의식의 메커니즘을 알고, 또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의식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안다면 얼마든지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정말 나를 알고 있는가>가 관심 갖고 있는 것은 "자기통제"이다. 심리학에서 연구하는 "자기통제" 능력은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준다. "자기통제는 직접적인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충동을 억제하며 더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인데, 우리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가? 하지만 왜 가끔씩은 비참하게 실패하는가? 어떤 목표는 몽상으로 남는데 왜 어떤 목표는 실제로 추진되는가? 자제력을 잃고 유혹에 넘어갈 때는 언제인가? 등등

 

사람들은 보통 자기조절이나 목표달성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노력하는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의 자기통제 능력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일단 목표를 정하고 나면 무의식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목표 달성을 돕는다. 인간에게는 자동조종장치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17). 우리는 이런 일들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이 매일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다"(20)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음의 소프트웨어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 또 항상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총 10가지 심리 프레임(자아, 포커스, 시간, 기억, 행동유발, 목표설정, 동기부여, 기대, 자기조절, 심리적 적응)을 통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자동조정장치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어떤 요인이 목표 달성에 유익한지, 또 치워야 할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이 책의 이론을 나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가진 행동 방식 유형은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두 가지 포커스가 있는데, "안전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상과 자아실현으로의 방향 설정 및 초점을 프로모션 포커스"(Promotion Focus)라 부른다. 이 부류는 이상적 목표에 관심이 많다. 반대로 불안한 상황에서 의무적 목표에 중점을 두는 프리벤션 포커스(Prevention Focus)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한다(74). 이상과 자아실현을 꿈꾸는 프로모션 포커스 유형은 창의력 문제를 더 독창적으로 해결하고, 일을 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대충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항상 의무와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퍼르벤션 포커스의 사람들은 창의력 문제보다는 분석 문제에 더 강하며, 상대적으로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며 한눈을 팔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느리지만 꼼꼼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 따라 자기통제라는 자동조종장치를 자극하는 전략이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나는 프로모션 포커스 유형이라는 것, 그래서 너무 많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빠르게 처리하지만 일에 몰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 또 단순히 어떤 목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기억에 저장되어 무의식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먼 목표는 추상적인 것이 가까운 목표는 구체적인 것이 좋다는 것, 또 이미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면 보상이 오히려 그 동기를 해칠 수 있다는 것, "사람을 고칠 괴초의 명약은 언제나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친구(우정)가 중요하다는 것 등을 흥미롭게 배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이 전반적으로 좀 정신 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과 분석이 가득하고, 재미있게 읽히기도 하지만, 저자가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더 정돈된 글이었다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선명한 그림으로 머리에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이것이다. 어떤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었구나, 내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구나, 내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이었구나 하는 어떤 깨달음 하나가 어떤 때는 말할 수 없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미쳐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내 행동을 이렇게 수정해야겠구나 하는 결심이 절로 생겨나기도 한다. 변화는 언제나 자기 이해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의 인생은 사실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가지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인생이다"(310)라고 말한다. 이 책은 더 부지런히 자신을 알라고 초청한다. "이게 나야"라고 말할 수 있게 위해서가 아니라, "나도 변할 수 있어"라고 말하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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