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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본질을 아느냐 ㅣ 김남국 목사의 창세기 파헤치기 1
김남국 지음 / 두란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창세기가 뚫이면 성경이 뚫린다"
교회의 청소년부 학생 한 명이 신앙상담을 청해 왔습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 붙잡고 성경공부를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며 이상한 소리를 하더랍니다. 최초의 인류는 성경에 기록된 아담과 하와가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했답니다. 그럼 왜 성경에 그런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아직 부족한(?) 단계라 기록이 안 되어 있는 거랍니다. 그 사람의 주장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순간 의문이 생기더랍니다. '진화론에서 주장하는 화석 인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는 창세기를 앞에 놓고 창조론과 진화론의 문제를 함께 되짚어보았습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위대한 선언 위에 서 있습니다. 만일 진보한 과학이 성경 첫 줄,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 거짓이라고 증명할 수 있다면 이 땅의 모든 교회는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성경을, 특히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역사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 공부를 하자고 하면 남의 나라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를 포함하고 있는 구약성경은 이스라엘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역사를 다룬 책이 아닙니다. 천지 창조에서부터, 인류에게 비극과 불행이 있는 이유, 인류 문명의 발생, 현재 존재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민족의 조상들을 가르쳐주는 학술적 정보까지 담고 있습니다.
김남국 목사님은 "창세기가 뚫리면 성경에 뚫린다"고 단언합니다. 특히 인류 일반역사를 이야기를 하는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의 큰 그림을 그려놓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이끌어가는 역사의 의미와 방향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창세기 1-11장까지는 반드시 꿰뚫고 있어야 할 우리 신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김남국 목사의 창세기 파헤치기>는 시리즈 첫 번째 책입니다. 성경 전체의 메시지를 이끌어가는 기관차라 할 수 있는 창세기 1-11장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재구성했습니다. 창세기는 많은 성도들이 즐겨 읽고 사랑하는 본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1-11장까지는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성경학자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하고 논란이 되는 난해구절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우리의 지식으로는 명쾌하게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김남국 목사의 창세기 파헤치기>는 창세기를 거침 없이 읽어내려 갑니다. 창세기부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이렇게 첫 다섯 권의 책을 모세오경이라고도 하는데, 모세가 썼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김남국 목사님은 모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출애굽기의 바탕 위에서 창세기를 읽어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신학적으로 지식은 가지고 있었지만 모세와 출애굽한 백성의 관점에서 창세기가 어떻게 읽혀졌을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터라, 이러한 시도가 매우 신선하게 와닿았습니다.
<김남국 목사의 창세기 파헤치기>는 신학적 쟁점을 다루면서도 하나의 대하드라마로 읽을 수 있도록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신학적 해석에 깊이 있는 묵상이 더해져 페이지마다 "견고한 진을 파하는 강력"이 느껴집니다. 하나 하나의 퍼즐이 자리를 찾아가며 큰 그림이 모습을 드러내듯, 성경 전체를 이끌어가는 큰 그림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다만, 창세기 1-11장까지는 워낙 읽어내기가 까다로운 본문이 많아 정답과 같은 하나의 해석을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김남국 목사님의 해석 중에 한 두가지 물음표를 붙여놓은 곳이 있습니다.
첫째는, 생명나무와 성화의 문제를 다룬 부분입니다. "동산 가운데 서 있던 생명나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피조물인 인간의 생명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담은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어야만 영생이 가능한 미완성의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는 죄가 없으나 죄를 지을 가능성이 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아담도 성화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60).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후 "보시기에 심히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인간을 미완성의 존재로 창조하셨을까요? 하나님의 인간 창조가 불완전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해석이라고 보여집니다.
둘째는, 죽음의 문제입니다. "공평하신 하나님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죽음의 운명을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도 죽음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나님의 영역인 천국에는 죄가 없기 때문입니다. (...) 예수님을 믿는 자라도 땅에서 비롯된 것을 다 끊어 버린 다음에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86). 반드시 죄인은 반드시 '죽음'이라는 통과 의례를 거쳐야지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면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에녹과 엘리야, 그리고 휴거설과 모순되지 않나요?
셋째는, 에녹의 들림에 관한 해석입니다. "에녹에게 죽음이 비껴갔다는 것은 죄를 해결할 길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에 소망이 있는 것입니다"(135). 타락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로도 들립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복음의 핵심을 제외하고, 성경은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이 말씀을 통해 우리와 교제하시고, 날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시니 말입니다. 생각할수록 놀라운 성경 말씀입니다. <김남국 목사의 창세기 파헤치기>는 신앙생활을 오래한 성도들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성경 이야기를 더 깊이, 그리고 오늘 여기에 적용되어야 할 말씀으로 신선한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말씀을 연구하는 자세로 읽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