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감정에 서툴까? - 감정 때문에 사람을 잃고 일을 망쳐본 적이 있는 이들을 위한 감정조절 해법
이지영 지음 / 청림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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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느껴지고 표현되는 것뿐입니다"(46).

 

 

대가족 속에서 자라다 보니 이런 저런 참견을 하는 어른이 참 많았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어 내 삶을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고 내 삶을 휘두르려 드는 것이 더 많아진 느낌입니다. 특히 '감정'이라는 놈에게 한 번씩 휘둘리고 나면 삶의 에너지는 완전히 바닥나 버리고 관계마저 삐그덕 거립니다. 게다가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몇날 며칠 맘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감정에 늘 휘둘리기만 하니 자존심이 몹시 상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밑줄까지 뻑뻑 그어가며 열심히 읽었습니다. 쉽고 재밌기도 했지만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감정의 정체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감정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설명에서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감정은 하나의 정보이며, 오히려 '감정'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나'에 대해 더 알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정과 친해지고 싶은 바람마저 들었습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내 안의 무엇인가가 건드려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감정은 어떤 자극이나 상황이 자신의 목표와 관련이 있을 때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마음 안에 바라는 것이 때문"(30)이라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 저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모르는 것이 가장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이거다 싶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이 잘 맞는지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감정 코드를 무시하거나 닫아놓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그 활동 속에서 매순간 느끼는 감정을 살펴본다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35-36).

 

돌이켜 보니, 어릴 때부터 감정은 표현하기 보다 억누르는 것이 더 좋다는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가벼운 사람이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는 무의식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감정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느껴지고 표현되는 것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것을 죄악시 했던 마음에서 해방되니,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어떤 상황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깁니다.

 

"감정은 충분히 느끼고 표현되지 못하면 결코 사라지지 않"(59)는다고 합니다. 감정을 들여다보고, 느끼고, 표현하고,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고통스러운 감정,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풀고 가야할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는 "감정 해소"와 "감정 전달"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감정 전달을 해소라고 오해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그것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화가 날 때 화나게 한 사람에게 화를 풀려고 듭니다. 저자는 이런 오해가 가진 문제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일 A라는 사람이 B를 화나게 했을 때, B는 90 정도의 화가 났는데 상대는 화를 유발시킨 정도를 60 정도로만 자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B가 만일 90 정도의 화를 내면, A는 30을 초과해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A는 화를 유발시키기는 했지만 초과해서 받은 30 만큼 늘 억울하다는 것입니다(139). 나는 늘 나를 화나게 한 상대방에게 명백한 잘못의 증거를 들이대며 그러니까 내가 화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왔는데, 그것이 왜 문제였는지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감정을 느끼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95)라고 말합니다.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지는 우리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감정 조절 방법은 접근적 방법, 주의분산적 방법, 지지추구적 방법, 이렇게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나는 왜 감정에 서툴까?>는 먼저 자신의 평소 '감정 조절 패턴'을 진단해보고,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서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계속 억눌러 왔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훈련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우선은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세 가지 유형 중에 저는 '주의분산적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불쾌한 감정이 들었을 때 그것을 마음껏 표현할 만한 상황이 아닐 때는 '주의분산적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왜 감정에 서툴까?>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정의 정체를 다시 보게 되며, (부정적인) 감정과도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으며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겠지만, '학습'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또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몇 가지만 익혀도 훨씬 홀가분 하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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