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9
데이비드 나이스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트라빈스키와 견줄 만한 인물은 피카소가 유일하다"(7).

 

 

"내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9번째 책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차이콥스키, 바그너에 이어 9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작곡가입니다. '스트라빈스키',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앞의 쟁쟁한 음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곡가라는 것이 더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음악 문외한이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말러'라는 음악가를 알게 되었고 그 만남이 특별했던지라, 스트라빈스키와의 만남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면 이 책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음악 문외한이라면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나이스'의 것보다, 말러의 이야기를 쓴 '스티븐 존슨'의 책을 우선적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트라빈스키와 견줄 만한 인물은 피키소가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20세기이 대격변을 두루 경험하고 이를 태연히 예술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 또한 각자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공통적이다"(7-8)라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독창적', '기이한', '화려한', '관능적', '변화무쌍한', '종잡을 수 없는'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천재 작곡가로 불리는 스트라빈스는 "자신만의 놀라운 방식으로 러시아의 전통을 재해석"해 낸 음악가로 평가됩니다. 옛것과 새것을 접목시킨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영감을 얻기 위해 "스크랴빈과 차이콥스키에 빚진 바가 있긴" 하지만, 고국 러시아의 민속적 요소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완성해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천재적'이라는 찬사만 따랐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영감의 원천을 얻기 위해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 같은데 누군가는 그것을 재창조로 높이 평가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모방 수준으로 폄하하기도 합니다. 또 이런 에피소드도 전해집니다. 스트라빈스키는 발레 음악을 통해 명성을 얻었는데, <봄의 제전>이라는 작품은 일명 '파리 대소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관중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초연 당일 청중은 "커튼이 내려진 후에도 난동을 부리며 주먹다짐을 계속"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대소동의 원인은 "니진스키가 당대의 유행을 받아들여 창조한 안짱다리 위주의 안무 때문"이라고 하지만(44-45), (역사적인 소문에 의하면) 작곡가의 이력에도 치명적인 흠집을 남긴 듯합니다.

 

스트라빈스키가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며 이력을 쌓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흥행사" 세르게이 댜길레프의 역할이 컸습니다. "흥행이 될 물건을 알아보는 재주가 탁월했던"(36) 댜길레프가 스트라빈스키라는 당찬 신예를 알아보는 남다른 감식안이 없었다면 스트라빈스키 개인은 물론, 음악사, 그리고 발레 역사까지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삶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 천재 작곡가가 뿌린 숱한 염문입니다. 운명적인 사랑인 아내 예카테리나를 두고,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고, "매력적인 발레리나 제냐 니키티나와 불장난 같은 연애", "무용수 베라 드 보세트와도 사랑의 불꽃을 피웠다"고 전합니다(73).

 

<스트라빈스키, 그 삶과 음악>은 작곡가의 생애보다 그의 음악과 작품 해설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의 음악과 신고전주의의 음악을 잘 아는 독자들에게 책의 재미가 더 생생하게 전달될 듯합니다. 노력하는 독자라면 CD 2장에 수록된 음악을 열심히 감상하며 작품해설 부분을 2-3번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음악도 지식을 더 할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되는 법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