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나라 국민이 가장 자주 쓰는 상위 300단어는 전체 영문장의 65%를 차지한다."
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2층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중에 열차 안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였습니다. 앞서 가던 청년이 능숙한 영어회화로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며, 안내해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 그 청년이 얼마나 멋었어 보였던지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해외도 아니고 간단한 영어회화였지만 그 관광객이 나에게 물어봤으면 어쩔뻔 했나 몰래 안도하면서도 스스로가 좀 한심스러웠습니다. 친구들끼리 농담삼아 "난 외국에 갈 일 없어. 우리나라에서만 쭉 살거야"라며 영어공부와 담을 쌓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핑계낌에 한 말치고는 참 시대착오적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 제목이 참 매력적인 책입니다. 일단 '300단어'라는 말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확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영어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300단어만 가지고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된 책입니다.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어휘를 구사하며 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어 '회화'가 목적이라면 많은 단어, 그리고 어려운 단어에 매달릴 필요 없이 사용 빈도수가 높은 300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입니다. 게다가 더 반가운 소식은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300단어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나는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는 이것에 착안하여 기본 300단어가 무엇인지 제시하며, 그 단어로만으로 이루어진 영어 회화 표현을 상황별로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어 암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사용 빈도수가 높은 300단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이 밖에는 일반 회화책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하는 데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쉬운 단어인데도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What are friends for?", "You're breaking up."과 같은 문장이 그렇습니다. 사실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단어문제가 아니라 표현을 익히는 것이 더 큰 훈련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끌리는 건, 단어에 대한 부담을 확 줄여준다는 것, 빈도수 높은 300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무료로 제공되는 학습 자료가 많아 학원에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독학하기에 좋은 교재라고 생각됩니다. 늘 높게 버티고 선 장벽처럼 '영어' 하면 한숨부터 나오는데, 300단어만이라도!, 그리고 그 300단어만으로 이루어진 회화를 정복하는 것, 이것을 올 상반기 목표로 잡고 실천해봐야겠습니다. 작심 36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