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드로잉을 배워서 여행 스케치를 시도하는 것은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도전이고, 무뎌진 감성을 일깨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며 이해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일이다." (뒷 표지 中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논과 논 사이로 난 길 위로 아름드리 나무가 세워진 풍경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그림일기말고는 꾸준하게 그림으로 기록을 남겨본 적도 없고, 그림과 가까운 삶을 사는 것도 아니면서, 유독 그 풍경에 그런 충동이 생겨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죽기 전에 꼭 해야 할"에 대한 집착이 강해집니다. 그러한 집착이 조급함을 불러오고, 그런 조급함이 여행에 대한 맹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줄기차게 돌아다니고, 욕심사납게 훑고 다니다보니 또다른 갈증이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무엇인가 나만의, 감성적인, 드라마(의미)를 남기고 싶은 욕구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삶을, 여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놀이 하나를 갖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김충원 선생님의 작품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에 푹 빠져 있는 저에게 "여행 그리기" 시리즈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책입니다. 처음엔 "여행을 그린다"는 것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지만, 내가 찾던 그 비밀스러운 놀이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유쾌한 깨달음이 가득합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하나.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두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50)는 것! '무엇을 그릴까?' 즉 그릴 대상을 결정하고, '어떻게 그릴까?' 혹은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를 결정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대상'보다 '방식'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알면 대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리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은 그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림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므로 타인이 어떻게 느낄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합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에는 기술적인 가르침뿐 아니라, 김충원 선생님의 그림과 삶에 대한 철학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글을 읽고 있다 보면, 그림과 더욱 친숙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무엇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여행을 그리는 것 역시 '기초 연습'이 중요합니다. 변화무쌍한 여행지의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하는 일은 "가장 탄탄한 기본기와 자신감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꼭 "여행 스케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이 책은 드로잉의 기초를 맹연습하기에도 좋은 교재입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둘. 어렸을 때 '궁' 같은 곳에서 사생대회가 열리면, 그림을 그리는 작업보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림을 쳐다보는 것이 더 신경쓰여 그림 그리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 스케치의 필수 조건 두 가지는 "최소한의 표현 능력과 달느 사람이 보든 말든 스케치에 열중하는 배짱!"이라고 콕 짚어줍니다. 이에 대한 김충원 선생님의 조언은 "실내 스케치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시선이 드문 실내의 구석에서 그리기 시작한다"(5).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셋. 여행 스케치의 달인이 되려면 꼭 익혀야 할 기술 중 하나, '썸네일 스케치.' "대상의 전체적인 특징을 꼭 필요한 선만 사용하여 아주 간략하게 스케치하는 것을 엄지손톱 위에 그린 그림, 즉 '썸네일 스케치'라고" 하는데, "미술 시간에 배웠던 '크로키'와 비교했을 때 썸네일 스케치는 기록의 의미가 강"합니다. 역시 관건은 연습입니다! "썸네일 스케치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눈과 손은 매우 감각적으로 대상에 반응하게 되고 이때부터 당신의 자연스럽고 순수하며 개성 있는 여행 스케치가 시작된다"(78).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중에서 꼭 익히고 싶은 기술은 "페더링"이라는 기법입니다. "페더링(feathering)이란 새의 깃털(feather)을 그리는 기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스트로크의 방향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빠르고 경쾌하게 명암, 혹은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84). "페더링은 스케치의 명암 표현에 가장 적합한 스트로크 방식"인데, "특히 색연필이나 파스텔로 스케치를 할 때 페더링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85)이라고 일러줍니다.

 

너무 멋드러진 기술이라 꼭 익히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김충원 선생님은 "모든 스케치의 3대 주제는 '나무와 건물, 그리고 사람'(59)이라고 말합니다. "그중 나무는 가장 흔한 주제이면서 가장 그리기 쉬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그리기 까다로운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여행지에서 독특한 나무를 발견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주제"라고 일러줍니다.



 

 

이면지를 잔뜩 쌓아놓고 쓱쓱 따라그려 보았습니다. 욕심만큼 잘 그려지지 않아 조바심도 나지만 선을 하나씩 그어가는 것도 무척 재밌습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수준(?) 있는 그림 일기도 그려보고, 여행지에서 직접 그린 엽서를 이용하여 친구에게 인사를 전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만 가지고도 풍요롭고 충만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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