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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ㅣ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권기왕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 100곳
여행지로 미국을 생각할 때마다 "친숙은 경멸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하면 유럽 쪽이 먼저 떠오르지, 가보지도 못했으면서 괜히 친숙하게 느껴지는 미국은 어쩐지 설레임이 덜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뉴욕이나 하와이 같은 곳이 가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나 "로망"까지는 아니다 싶은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친숙함의 경멸을 여지 없이 깨뜨려준 책이 바로 이 책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입니다. 미국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먼저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미국이라고 하면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미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대자연을 품은 나라인지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대한 영토는 인간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대자연을 품고서 그 스케일로 이방인을 압도한다. 곳곳에 펼쳐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모든 것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조물주가 그 위엄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빚어 놓은 것이라는 생각에 숙연해진다"(프롤로그 中에서).
게다가, "세계의 경제, 금융, 문화, 예술,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을 제외하고도, "문화, 예술, 과학 등 특정 테마에 강한 매력을 지닌 곳이 많다"는 것도 여행지로서 미국이 가진 매력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 책이 저자는 "미국을 여행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만난 보는 것과 같다"고 단언합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지역별로 크게 미국 동부, 서부로 나누어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소개하고, 끝으로 앨래스카·하와이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큰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답게 지역을 시원시원하게 가르며 여행지를 짚어주고 있는데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곳의 여행지가 일부러 100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억지스럽게 여행지를 골랐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100곳으로 추리는 데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매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먼저 사진 한 장으로 여행지의 매력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를 던져주고, 여행지로서 그곳이 가진 매력의 포인트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알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여행지의 "의미"를 공부하는 일의 중요성입니다. 의미 깊은 곳에 와 있으면서도 몰라서 그냥 스치는 경우가 있고, 여행하는 포인트를 엉뚱하게 잡는 일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꼭 여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상식과 교양으로 읽어두어도 좋을 내용들입니다. 미국의 역사, 도시의 매력, 건축물의 역사 등을 간략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록처럼 책의 뒷면에 "미국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가 간략하게 간추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코카콜라는 원래 감기약으로 만든 것이었다"는 것입니다(422). "감기약을 제조하던 중, 탄산수에 코카 잎의 추출물을 배합하여 마셔"본 것이 코카콜라 탄생 배경이라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감기약(?)이 감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맛이 세계인의 입맛은 확실히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코카콜라를 처음 만든 분이 약사라는데, 그 맛에 놀라 이 음료가 몸에 안 좋다는 것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나 봅니다(ㅠㅠ).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하는 이들에게, 혹은 단지 미국을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미국의 속살을 보여주는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저자로서의 소망을 밝힙니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분들에게는 다녀온 곳이 어떤 곳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고,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면 좋을지 큰 그림을 그리게 해줄 것이고, 미국을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열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미국 여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는 분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여행에 대한 막연한 그림을 가지고 있지만 꼭 한 번 가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책의 뒷편에 실린 "미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도시", "미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국립공원",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휴양지",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 "미국의 문화와 예술의 무대"라는 주제로 골라놓은 여행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과 목적지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저에게는 이렇게 미국을 샅샅이 훑어보며 미국이라는 나라를 완전 정복한 저자의 삶이 부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