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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감성여행 -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염관식.옥미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의 시작은 로망입니다"(4)
'도시'와 '감성'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습니다. 도시라고 하면 케케한 매연이나 교통 혼잡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도시'에 관한 판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뜨려줍니다. '소'도시가 이렇게 개성이 강한 곳이었나 하는 깨달음이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곳은 "아, 여기도 도시였구나" 하는 낯선 충격을, 어떤 곳은 "이 (소)도시에 이런 매력이 감추어져 있었구나" 하는 즐거운 감탄사를 쏟아내게 합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12소도시를 선정하여, 그 도시의 빛깔에 맞는 감성의 옷을 입혔습니다. 각각의 도시마다 그 도시의 매력을 콕 찝어낸 여행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로망'이라 이름합니다. "그곳에는 내가 보고 싶은, 만나고 싶은, 맛보고 싶은, 경험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로망'이라 부른다"(12).

"이 책에서 소개한 열두 도시는 뚜렷한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로망 도시입니다"(4).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할 즈음엔 "도시 탈출"이 목적이었으므로, 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할수록 개성 강한 도시의 매력에 끌립니다. 게다가 "소도시"는 호젓한 분위기는 물론, 낯선 사람들이 낯설게 살아가는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재미까지 더해줍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탰습니다.
한 번쯤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여행에 대한 로망'과 그 도시가 품은 매력을 하나로 연결시켰습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여행을 꿈꾼다면 강릉으로, 항구 여행을 꿈꾼다면 통영으로, 주점 여행은 전주, 자전거 여행은 경주, 트레킹 여행은 울릉도, 바다 여행은 남해, 캠핑 여행은 가평, 펜션 여행은 태안, 느린 여행은 담양, 기차 여행은 삼척, 초원 여행은 평창, 사진 여행은 부산을 꼽습니다. 도시를 여행하는 감성적인 포인트를 콕콕 짚어놓으니 그 도시의 색깔이 더 선명하게 와닿습니다.

"2년여 동안 집요하게 발굴해낸 여행 이야기와 정보가 담긴 이 책"(13)
요즘 서점에 가면 여행 가이드북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행 책자를 고를 때, 제게 기준이 되는 것은 제가 다녀온 곳의 정보가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가장 많은 준비(!)를 하고 다녀온 곳이 '울릉도'였기 때문에, 목차에 울릉도가 있으면 울릉도를 기준으로 그 책의 정보력이나 추천 코스를 평가해보곤 합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을 보며 감탄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울릉도 편'을 보니 저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여행지를 돌아보고 이 책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뷔페'와 같은 책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존의 책들이 일품요리라면 이 책은 뷔페에 가깝다. 부페에 차려진 수십 가지의 요리들 가운데 하얀 접시에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내 입맛에 맞춰 골라 담듯이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나만의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했다"(13). 울릉도 편을 보며 장담하건데, 정말 딱 들어맞는 설명입니다!

"기차 여행을 설렘 그 자체"(386)
<소도시 감성여행>이 제안하는 12소도시 여행지 중에 일순위로 선택한 곳은 바로 "기차 여행의 로망, 삼척"입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에세이와 정보가 절묘하게 결합된 여행 가이드 북인데, 삼척 여행의 로망을 자극하는 작가의 글이 저의 마음을 간질였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한 문장 사이로, 열병처럼 들끓는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밤기차에 몸을 실었던 어느 날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어느덧 깜빡 졸다가 문득 잠이 깨어 창밖을 모면 푸르스름하게 사위어가는 하늘 아래 마을에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진다.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왔음을 비로소 실감하는 순간이다"(386). 어느 새 추억이 되어버린 그 날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밤기차를 타보고 싶습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가르쳐주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4).
<소도시 감성여행>은 테마가 분명한 여행이지만 그 도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알차게 수록하고 있습니다. 섬척 여행은 "2박 3일 여정으로 정동진, 삼척, 동해의 엑기스를 제대로 맛보는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이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정동진 밤기차 여행과 삼척 바다와 동굴 여행 그리고 동해 추암 촛대바위까지 둘러보는 '일타삼피의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12소도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동선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저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 명소와 맛집, 교통을 연결하여 직접 여행 일정을 디자인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느낌 아니까!"
<소도시 감성여행>은 독특하게도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며 그 특징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해놓았습니다. 감성적인 사진과 글과 어우러지는 한 편의 시가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삼척의 곰치국을 시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
못 생겼다고 천대받던 곰치
이제는 '금치'가 되었다.
순두부처럼 흐물흐물한 살은
씹지 않아도 꿀꺽 넘어가고
입 안에서 절로 녹는다.
뜨거울 때 후루륵 마시고
땀 쭉 빼가면서 먹는 곰치국은
겨울철 해장국의 대명사다.
"낭만을 찾아 떠나는" <소도시 감성여행>은 예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 발걸음이 느린 듯 여유롭지만 낭비 없이 알차고, 소소한 정보가 빼곡하지만 건조하지 않은 책입니다. 두 분의 저자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느낌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