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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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사학계의 독보적 연구가로 칭송받"고 있는 저자 '왕리췬'이 "<사기>의 '진시황 편'을 바탕으로 풀어낸" <진시황 강의>입니다. 저자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계를 움직이는 왕"이라고 평한 진시황. 누구든지 그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통일한 중국 최초의 황제이자, 전례가 없는 절대군주였으며, 만리장성과 진시황릉이라는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긴 장본인이 바로 진시황이라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진시황 강의>는 진시황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며 제왕학을 강의합니다. 그러나 진시황의 생애에 머물지 않고 진시황이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되기까지 그 기초를 마련한 6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시황의 한, 조, 위, 연, 초, 제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며 중국을 하나로 통일하는 데는 10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그가 황제가 되기까지 그 씨앗이 뿌려지고 잉태된 시간은 무려 60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진시황 강의>를 읽으며 처음 생각해보게 된 역사적 관점은 중국 최초의 황제이자 절대군주로 군림한 진시황의 '위대함'이 아니라, 어찌하여 그의 열망과 달리 그의 나라는 100년도 가지 못하여 멸망하고 말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통일제국을 탄생시키고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실시하며 최고 권력을 누렸던 진시황은 강하게 타올랐다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불꿏과도 같은 왕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합니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었던 절대군주가 단 하나 두려워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죽음이었고, 불로장생을 꿈꾸었으나 결국 천하 제일의 군주도 50세로 생을 마감하고, 만세까지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제국은 이세 3년, 자영 46일이라는 짧은 통치기간을 끝으로 빠르게 멸망하고 맙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요?

 

다양한 역사적 관점과 객관적인 평가를 견지하는 저자는 "천하를 얻는 방법은 알았으나 지키는 법은 몰랐던 진시황"이라고 평가합니다. 저자는 진나라가 이토록 빨리 망한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하나는 진시황의 통치 사상입니다. 다음은 진나라 귀족들의 부정부부패가 되겠습니다. 세 번째는 후계가 인선의 실수입니다"(741). 이중에서 마음에 크게 깨우침을 주는 역사적 교훈은 바로 통치자의 사상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통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제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사상인데 진나라는 정말 이게 너무나도 부족했다고 설명합니다. 진시황이 열심히 찾아 헤맨 끝에 천착하게 된 통치 사상은 법가 사상이었는데, 이것은 형벌을 위주로 나라를 다스리며, 군왕의 독재 시스템을 강조하는 사상이었습니다.

 

<진시황 강의>는 쉽고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듯 읽히는 짧고 간졀한 문장들은 저자가 이야기에 아주 탁월한 분이라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사랑하는 포사를 웃게 하려고 봉화대에 불을 붙여 제후들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장난(?)을 즐겼던 유왕은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되어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풀어가고, 왕들이 노래와 춤, 여색에 빠져 나랏일에 태만하면 결국 나라의 멸망으로 이어지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재를 사랑하는 나라가 부강하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 뿐만 아니라, 진시황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등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만리장성이나 황릉에 얽힌 유명한 미스터리 뿐 아니라, 진시황의 아버지가 장양왕이냐 여불위냐 하는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도 결국은 사소해보이는 어떤 일이나 만남이 빌미가 되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만일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일 그때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다면, 만일 그때 그 일이 조금만 늦었더라면'이라는 많은 가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진시황 강의>는 그런 가정과 질문들을 사용하여 역사를 바라보는 힘을 키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위대한 제왕이라 해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통치자는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제왕학 강의이지만, 유독 마음에 남는 것은 충언하는 신하가 없는 리더, 또 충언을 들을 귀가 없는 리더, 인재를 알아보고 키울 줄 모르는 리더, 특히 통치 철학이 바르지 못한 리더는 결국 멸망을 자초하고 만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사소해 보이는 한 문장을 인용해보는 것으로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볼까 합니다.

 

"백성들이 말을 못하게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입니다. 만약 강물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하면 결국 제방은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무수하게 생기게 됩니다. 백성들이 입을 막고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터지게 돼 있습니다. 그때는 왕께서 아무리 후회해도 아마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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