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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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학이 위기라고 하는데, 출판되는 책들을 보면 또 인문학이 열풍이기도 합니다. 인문학 위기에 대한 저항으로 여기 저기서 "인문학", "인문학" 하니 인문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인문학에 관한 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정확한 경계가 있는 학문이 아니고, 또 똑 떨어지는 정답을 구하는 것도 아니여서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을 보니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인문학에 대한 정의가 매우 좁은 시각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누가 인문학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문(文), 사(史), 철(哲)을 묶어서 하는 말 아니야?" 하고 반문하곤 했습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는 일단 인문학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합니다.

 

 

 

  

 

 

"인문학은 영어로 humanities로,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교육 프로그램을 짤 때 원칙적으로 삼았던 후마니타스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동양에서 인문학은 인문(人文), 즉 천문(天文)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랑과 문화,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학문"(5)이라는 설명이 인문학에 대한 명쾌한 그림을 그리게 해주었습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는 무척 호방한 책입니다. 인문학이 부를 수 있는 분야를 통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철학, 종교, 심리학, 역사, 과학, 문학, 미술, 음악, 정치, 경제, 환경, 젠더를 종과 횡으로 조명합니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쓰여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강의의 재미에 빠져 필기를 잊은 학생처럼, 메모하는 것도 잊고 이야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이 부럽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인문학은 밥이다>에서 다루는 분야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심리학' 파트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리학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과학"(114)으로 불리는 심리학은 마케팅 분야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정치, 사회학, 경영학, 인지심리학, 진화심리학, 그리고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진화를 거듭하며, "끼어드는 분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학문과의 융합도 활발합니다.

 

"뇌가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사실상 지난 10여 년간 뇌과학 및 신경과학이 인간에 관한 그 어떠한 새로운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 또한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뇌를 이해하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자나친 낙관이다. 그것은 자칫 위험한 환원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 뇌의 뉴런들이 생각을 발화한다는 기계론적 착각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뇌에 종속시킨다면 인간은 단순히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에 불과하게 된다. 뇌가 곧 인간인가?"(142-143). 저자의 이런 통찰과 날카로운 질문에서 문제의식과 성찰의 힘이 주는 쾌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를 읽으며 내린 결론이 있다면 "인간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효율과 생산성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적 질문과 성찰이 요구되고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넘쳐나는 지식(정보)과 미친 속도로 돌아가는 생활 환경과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계 문명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혁명이나 미국의 독립선언이 당시의 대중소설에서 비롯되었다는"(312) 주장이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사고의 확장과 발상의 대전환"의 열쇠는 인문학이 쥐고 있다고 단언합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인문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인문학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인문학을 할 것인지를 통합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값진 강의이고, 재미있는 강의이고, (분야를 막론하고) 추천하고 싶은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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