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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한마디 - 후회없는 삶을 위한
조셉 텔러슈킨 지음, 현승혜 옮김 / 청조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후회없는 삶을 위한 유대인의 한마디는 "말을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동물의 세계를 비추어봤을 때, 인간은 사나운 발톱이나 날카로운 이빨, 재빠른 발이나 날개, 아니면 뱀의 독과 같이 이렇다 할 무기를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에게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세치 '혀'이다. 성경은 말의 힘에 대해서 매섭게 경고하고 있으며, 옛 선인들도 말이 가진 맹독성을 이미 간파했다. 유진 피터슨 목사님이 쓴 <메시지 성경>을 보면, 마태복음 5장 21-22절 말씀을 이렇게 번역한다. "누구든지 형제나 자매에게 화만 내도 살인을 범한 것이다. 무심코 형제를 '바보!'라고 부르면 너희는 법정으로 끌려갈 수 있다. 생각 없이 자매에게 '멍청이!'라고 소리치면 지옥불이 너희 코앞에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좀 억울한 말씀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할 말 때문에 법정에 끌려가고, 지옥불에 던져지는 것은 좀 가혹하지 않은가. 무심코 한 말을 이처럼 매섭게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이것이다. "말이 사람을 죽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말이 사람을 구원할 수도 있고, 사람을 죽을 수도 경고한다. 그러니 말을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다.
<후회없는 삶을 위한 유대인의 한마디>를 쓴 저자 랍비 조셉 텔루슈킨은 말이 이렇게 무서운 힘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말보다도 차라리 옷 고르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형편"(24)이라고 개탄한다. <후회없는 삶을 위한 유대인의 한마디>는 말이 가진 위력을 보여주며, 특히 나쁜 말이 우리 삶에 어떤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한마디의 말이라도 신중하게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한다.
유대인들은 혀를 화살에 비유하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누가 제 친구를 죽이려고 칼을 뽑았다가도 그 친구가 빌며 용서를 구하면, 그 사람은 화가 누그러져 그 칼을 도로 집어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쏜 화살은 아무리 나중에 후회를 한다 해도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19). 사람은 말로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무한히 선량한 일"들도 해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선한 말을 하는 데보다 악한 말을 하는데 빠르고, "상처를 주는 말은 약이 되는 말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한다"(207) 데에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동료들과 식사를 하며 '남에 관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말고, 어떤 대상에 관해서도 험담이나 부정적인 비판 등을 하지 않으며 대화를 나눠보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그날 영화나 읽고 있는 책에 관한 정보 몇 가지만 교환할 뿐, 이렇다 할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모두가 "남 이야기, 특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별로 할 말이 없다"며 멋적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랍비 조셉 텔루슈킨은 만일 어떤 사람이 24시간 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다면 그는 알코올 중독자인 것처럼, "만일 누구에게든 불친절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는 하루를 보내지 못한다면, 이는 바로 자기 자신의 혀를 조종할 능력을 잃었다는 뜻"(16)이라고 경고한다. 알코올 중독자와 같이 나쁜 말에 중독되었다는 것이다.
<후회없는 삶을 위한 유대인의 한마디>는 말 한마디도 얼마나 신중하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안식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율법을 완전하게 지키기 위해 수십, 수백 가지의 세부 지침을 만들어낸 유대인(랍비)답게 상황에 따라 우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검토한다. (입장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는 남에 대한 험담을 해서는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평가를 해야만 할 때가 있고, 거짓말은 나쁜 것이지만 때로는 거짓말이 생각없는 진실보다 더 큰 치유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무에 못을 박으면 나중에 그 못을 빼내어도 못 자국이 남는 것처럼, 홧김에 내뱉을 말을 후회하여 나중에 용서를 빌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꽤 오랫동안 자국을 남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말의 중요성을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게으르거나 무심하거나 아니면 냉소적이다"(206). 랍비 조셉 텔루슈킨은 "말로써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는 단호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경고하며, "혀를 다스리라"고 말한다.
미국은 이 책의 영향으로 "악담 금지일"이 지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악담 금지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청소년들을 하면 '욕'을 일상용어처럼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욕이 섞이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 형편이다. 욕을 하는 것이 잠시의 유행을 넘어 그들의 문화가 되는 것이 염려스럽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평균 4시간 동안 5백 번의 욕을 한다는 말을 듣고 경악한 적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말을 함부로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첫째 조건이 그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했다(178). 그동안 내가 쏟아내었던 악한 말들, 남에게 상처를 주었던 독한 말들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생각 없이 수근거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쁜 말을 옮기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말을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 모두는 말이 가진 치유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표현하는 데는 인색한 편"(207)이라고 지적한다. "매일 하나님께 백 번의 감사"를 드리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유대 전통을 본받아,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후회없는 삶을 위한" <유대인의 한마디>가 무척 궁금했는데, 말을 신중하라는 조언뿐이어서 처음엔 좀 실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말이 가진 힘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후회없는 삶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메시지는 묵직하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읽기 쉽게 쓰여 있다. 남을 험담하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