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뇌 - 뇌는 승리의 쾌감을 기억한다
이안 로버트슨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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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승자를 만들고 또 권력이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인류 전체의 미래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서도 중요하다. (...) 권력과 성공의 이 물리적인 근원을 올바르게 인식할 때 우리는 권력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우리 주변의 권력을 보다 잘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15).

 

 

평소 제 생활신조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다운 자질이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자리를 탐하여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앉는 순간, 그 한 사람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지를 생각하면 아찔해집니다. 그리하여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곤 합니다.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조직생활을 하며 꼴불견으로 보이는 사람 중 하나가 '높은 자리'에 앉는 순간 돌변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승진을 하고 나면 "사람이 변했다"는 수근거림이 많이 들려옵니다. 어줍잖은 권력(지위)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거만해지는 사람을 보고 실망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평가들이 우리의 선입견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승자의 뇌>는 권력을 쥐게 되면 사람이 변한다는 속설(?)을 실험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일명 "쿠키 실험"이라고 하는 관찰 실험입니다(275-278). 쿠키 실험은 세 사람을 한 조로 만들어서 사회적 논쟁거리를 놓고 서로 토론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세 사람 중 한 사람을 무작위로 뽑아 '조장'으로 세웁니다. 조장은 조원들이 토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점수를 매기는 역할을 합니다. 조장은 조원들을 판단하는 권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토론이 끝난 다음 실행 진행자는 다섯 개의 쿠키가 담긴 접시를 가지고 와서 조원들 앞에 내려놓습니다. 세 사람이 각자 하나씩 쿠키를 먹고 나면 두 개의 쿠기가 남습니다. 여기서 "누가 네 번째 쿠기를 먹을까?"가 이 실험의 주된 관심사입니다. (많은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무작위로 선정된 조장이 그 네 번째 쿠키를 먹습니다. 그런데 이 쿠키 실험은 몇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더 보여줍니다.

 

조장으로 선택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쿠키를 더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뻔뻔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이것은 그 사람이 예절을 제대로 받지 않았거나, 성격이 칠칠치 못해서 나타나는 평소 습관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권력은 또한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을 쓰지 않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주 잠깐 동안 권력의 맛만 살짝 봤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보다 이기적으로 바뀌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 무심해진다"(277).

 

 

 

"우리가 정말 바라지 않는 것은 지도자가 권력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는 승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나'를 위하는 것만큼이나 '우리'를 위해서 승리하고자 하는 승자를 필요로 한다"(344).

 

 

<승자의 뇌>는 독자에게 미스터리한 질문을 던져주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승자의 뇌>가 답을 찾고자 하는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승자를 만드는 것은 것은 무엇일까? 승자는 태어날 때부터 성공을 보장받았을까, 행운과 환경 덕분에 성공했을까?

왜 어떤 사람들은 승리하려고 엄청난 노력과 열정을 쏟고 또 어떤 사람은 성공과 권력을 일부러 피하려 할까?

권력 혹은 권력 없음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왜 우리는 이처럼 간절하게 혹은 지독하게 승리를 원할까? 그리고 과연 무엇이 승자를 만들까?

 

<승자의 뇌>는 무엇이 승자를 만들고, 또 승자가 얻어낸 권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힙니다. 옮긴이는 이 책이 "심리학 및 뇌 과학 분야에서 그동안 진행되었던 수많은 실험 사례들을 동원해서 때로는 논문처럼 자세하게, 때로는 이야기꾼처럼 흥미진진하게, 또 때로는 유쾌한 대중강연자처럼 재미있게 조곤조곤 설명한다"(378)고 평가하는데,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실험사례들이 자세하게 설명되는 데도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여 어려운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1장 '피카소 아들의 미스터리'입니다. 이 장에서 던지는 질문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승자 혹은 패자가 결정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피카소의 아들이 어째서 평생을 술주정뱅이로 살았는지 추적합니다. 이 질문은 신을 아버지로 둔 자녀의 끔찍한 저주, 다시 말해 "태양이나 신과 같은 아버지를 둔 자식"이 어째서 심리적 불구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는 답이기도 합니다. "성공을 힘들게 쟁취한 게 아니라 승자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믿음"이 사람을 타락시킬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승자의 뇌>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승자를 만드는가 하는 것보다, 권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있습니다. '승자 효과'(권력)가 사람들의 뇌를 훼손하고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권력이 사람의 뇌에 미치는 효과가 지구온난화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권력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더 야망에 불타게, 더 공격적으로 그리고 더 집중하도록 만"들어 계속해서 승자가 될 수 있는 선순환을 가져옵니다(178). 그러나 자아 지향적인 P 권력욕이 통제되지 않으면, 독재자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권력은 무서운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녀에게 (부정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부모가, 더 좋은 지위에 있다고 해서 상대를 경멸하는 배우자가 서로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듯이 말입니다.

 

<승자의 뇌>는 "인간의 뇌가 권력 때문에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권력은 다른 사람을 목적의 수단, 다시 말해서 다른 사람을 사람이 아닌 사물로 바라보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본인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원칙을 무시하는 위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승자의 뇌>는 '권력'이 인간 관계의 중심 요소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서 휘두르며 삽니다. 부모-자녀 간에도 그렇고, 의사와 환자의 사이에서도, 상사와 부하 사이에서도,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도 권력 관계가 성립됩니다. <승자의 뇌>가 밝히는 권력의 속성은 사회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성찰을 위한 중요한 틀을 제공합니다. 모두에게 1독을 권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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