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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 내 삶을 지배하는 모든 가치관의 혁명적 무너짐
제프 고인스 지음, 이지혜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3년 8월
평점 :

"우리는 우리가 위대한 목적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큰 뜻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33).
우리는 대학입시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등떠밀려 스타트라인에 세워졌고 대학입시라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뛰어야 한다. 대학입시의 또다른 이름은 직업경쟁일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부모가 자기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그렇게 염원하고 염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남보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대우 받으며 살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기회를 박탈 당하고, 한계 안에 갇혀버린다. 대입에 성공했다 해도 성적에 따라 학교가 정해지고, 전공이 정해지기 때문에 졸업과 함께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또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꿈을 꾸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현실(한계)에 맞추어져가는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교회에서 가장 많이 받는 상담 중에 하나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지만 '이건 아닌데' 하는 공허함에 시달리고, "뭔가 더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초조해지고, '인생이 이렇게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떤다. 세상의 모든 자기계발서들은 꿈을 꾸라고, 꿈은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외치지만, 교회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있다고 가르친다.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시고, 부르신, 특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크게든, 작게든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태어났다"(254). 그런데 우리를 부르신 위대한 목적, 우리에게 주어진 위대한 사명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명을 따라 살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해 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많다. <난파>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다. "진짜 소명을 발견하고 싶다면 무너져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당신을 무너진 삶으로 초대한다"(22).
살다 보면, 하루아침에 삶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사업에 실패하기도 하고, 직장을 잃기도 하고, 사람에게 버려지기도 하고,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난파>에서 말하는 무너진 삶이란 이런 물리적인 무너짐이 아니다. 진짜 무너져야 할 것은 우리의 세계관(가치관)이라고 말한다. 저자 '제프 고인스'는 불로거이자 강연가로 유명한데,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선교사들의 이야기 속에서, 또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사람들의 고백 속에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해 냈다. 자신들의 경험을 고백하며 "모두가 한결같이 흥미로운 한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것은 "무너졌다"는 말이었다(37).
"무너졌다"는 말의 뜻은 "현 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을 의미한다(40).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기 시작했고, 하나의 답을 얻었다. 인생이 무어지는 경험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보았고, 그것을 자기의 고통으로 느꼈으며, 자신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을 도움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만을 위하고,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관이 무너지고, 남을 위해 내 것을 희생(나눔)하는 기쁨과 행복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난파>에서 말하는 무너짐은 "변화"를 뜻한다. 세계관이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전혀 다른 종류의 삶을 알게 되었다는 뜻"(40)이다.

"네 인생의 목적을 발견하고 싶으면, 상처가 있는 곳을 찾아 거기서 시간을 보내야 해"(82).
세상은 우리에게 나를 주장하라고 가르친다. 나의 욕구, 나의 욕망, 나의 가치, 나의 만족에 집중하게 한다. 그러나 <난파>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집중할 때 우리의 소명을 발견할 수 있다"(82)고 단언한다. 나의 소명은 "나"에게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너"(다른 사람)에게서 찾아지는 것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너의 고통"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명을 찾고 싶다면 상처가 있는 곳,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빈곤과 필요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50). 다른 사람들의 고통, 그 고통을 바라보는 나의 불편함이 바로 우리의 갈망에 대한 해답이요, 열쇠이다!
<난파>는 무너짐의 체험을 위해 여행을 권한다. 안전지대를 벗어나 세상의 고통과 마주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강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경험하며, 나의 안락을 위해 쌓아왔던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라고 외친다. 세상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삶의 목적이고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난파>는 세상의 고통을 내 것으로 껴안는 불편함이 소명임을 일깨운다. "소명은 어떤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 내 느낌과 상관없이 옳은 일을 하는 불편함을 뜻했다"(121).


"진정한 소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소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 그러다 보면 계속 미루는 습관이 생긴다 -이 아니라 헌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213).
<난파>는 달란트를 찾아주고, 달란트에 맞는 직업 찾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큰 원리를 말하고 있다. <난파>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안락한 삶의 거품을 제거한다. 잠깐의 헌신으로 값싼 자기 만족 속에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며 사는 크리스천이 아니라, 한 번 무너지면 절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장기적인 변화의 길로 우리를 이끈다. 저자는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다. 그의 말은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다. 교회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삶이 완전히 무너진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쉽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난파>는 "무너짐"이라는 충격적인 이미지를 통해, 세상의 원리와 반대로 사는 삶, 나눔과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의 집을 다시 짓도록 만든다.
특별히 이 책은 "열심 있는" 청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저자는 무너짐의 경험을 위해 '단기 선교'를 권하면서도, "단기 헌신에 중독된 하위문화"를 경계한다(201). 현재 한국교회의 단기 선교의 주체는 주로 청년들이며, 선교 단체 등에서 훈련받으며 헌신을 다짐하는 청년들도 많다. 그런데 그런 청년들 중에는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생활 태도로 어른들의 걱정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음을 본다. 현실도피적인 열정으로 자기를 합리화하며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난파>는 우리의 무너짐이 어떻게 현실의 삶으로 이어지며, 그 속에서 헌신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난파>는 부록으로 <액션 가이드>북을 제공한다 <액션 가이드>는 우리가 읽고 깨달은 진리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청년부 소그룹 모임 교재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처음 "썩는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요 6:27)는 말씀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교회 조직 안에서 일하고 있지만,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 원하시는 자리에 있기 위해 매일 기도하며, 매순간 '구체적인' 모양을 알기 위해 씨름했다. 그런데 <난파>를 통해 두 번째 부르심의 음성을 들었다. <난파>를 읽으며 이 세상에 길들여지고 어느새 그것에 맞춰져 있는 나의 세계관이 다시 무너져 내림을 경험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나와 동일하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