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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 -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공부력 향상 육아법!
오은영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대학입시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우리는 그렇게 한 목표를 위해 달렸지만 누군가는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끝내 그 "위대한 역사적 사명"을 이루지 못한 채 대학을 단념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그 치열한 경쟁 속에 있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대부분 '엄마'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엄마'가 되면 좀 다를 줄 알았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부쩍 성적이 떨어지는 딸을 앞에 두고 손가락을 깨물어 혈서를 쓰셨다는 엄마, 공부 시간을 다 채울 때까지 방문을 열어두고 보초를 서 듯 앉아 계셨던 엄마, 항상 성적을 가지고 자식들과 굴욕적인(?) 협상을 시도하셨던 우리의 엄마들과는 좀 다른 엄마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친구들은 자식들과 더 치열한 공부 전쟁 중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올백만 맞았던 딸아이가 중학교에 들아가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졌다며 이 과외, 저 과외 쉬지 않고 붙여주는 엄마,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게임과 축구에만 빠져 있는 아들과 날마다 힘겨루기를 하는 엄마, 아이 성적이 나쁜 것이 엄마의 무능함인 것만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가 바로 그때 그 치열한 입시지옥에서 숨막혀 했던 친구들입니다.
'엄마'들은 억울해 합니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잘 가르치기 위해 이것 저것 안 해본 것이 없는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는데, 왜 아이의 성적은 그렇게 형편이 없고, 아이를 자기 엄마를 원수 대하듯 하며 징글맞게 말을 안 듣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를 읽으며 가장 깊이 깨달은 것은, 공부를 잘 하고 못 하는 것은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부모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가르쳐주는 것도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고치려면 '부모'(양육자)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를 읽고 난 뒤, 엄마인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왜 엄마들은 억울할 정도로 최선을 다 했는데, 아이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하면 잘 키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모일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인데,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더 빨리, 더 많이, 더 제대로'를 부르짖으면서 아이를 혼내고 다그쳐서 공부에 대한 동기를 잃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9). 오은영 선생님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부모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말합니다(339).
우리 엄마들이 무대포 열심이었다면, 우리들은 전문적(!)인 열심으로 아이를 몰아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불안할수록 아이를 더 달달 볶게 되고, 엄마가 계속 채근할수록 아이는 아예 무기력해지고 맙니다(341). 엄마들의 불안은 어쩌면 지난 날에 대한 엄마 자신의 후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때 더 열심히 공부할 걸'하는 후회가, '열심히 공부했으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아이들을 더 닦달하고 후회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자녀가 맞이하게 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낙오자가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부모의 그런 마음조차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겠지만, 문제는 그런 부모의 태도가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아이 인생을 망치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는 공부 전쟁으로 불행한 아이와 부모를 구원하는 책입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볼 때마다, 아이의 욕구를 정확하게 알아내고 그에 맞게 부모 행동을 수정해주는 오은영 선생님의 통찰력과 탁월한 코칭이 이 책에서 빛을 발합니다. 이 책은 "부모가 어떻게 공부에 접근해야 아이가 두뇌 능력만큼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풍부한 사례를 통해 공부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생각, 행동, 고민이 무엇인지 살피며, "공부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로 마음과 관계가 상하지 않으면서 상호작용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줍니다(22-23). 전문적인 책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사례를 통한 (간접적) 상담이 중요한 깨달음을 줍니다. 재미있게 읽으며 중요한 양육 포인트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유아기(만 3세)부터 초등기(13세)까지 아이들의 공부 지도를 다룹니다. 특히 유아기의 공부 지도가 강조됩니다. "모든 것의 열쇠가 사실은 유아기에 있다. 초등학교 공부 문제는 그 안에 어떤 부모와 자녀 관계가 숨어 있는지 나타내는 것이라면, 유아기 공부는 그 잘못된 부모와 자녀 관계가 어떻게 시작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343). 선생님은 "만 3세 공부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만 3세는 아이의 공부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데, 잘못하면 "아이와의 관계, 육아, 부부간의 관계 모두 '만 3세 공부'로 망가져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22). 더 심각한 것은 "그러는 와중에 어이없게도 본격적인 공부에 진짜 중요한 아이의 두뇌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22). 이제 막 부모가 된 분들에게는 어떻게 아이를 지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고, 공부 때문에 자녀와의 관계가 어그러져 고민하는 부모라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공부 지도 방법 중에 네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유아기 학습의 기본은 '아이의 관심'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 초등기 아이에게는 공부법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아이가 공부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은 자율성, 독립성, 문제해결력"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모든 부모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줍니다. "나는 어떤 정의를 가지고 아이를 공부시키고 있는가?" 내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모든 부모가 한 번은 이 질문 앞에 진지하게 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시'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할 사람의 숫자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입시라는 목표만 놓고 보면, 많은 아이들이 "실패자가 되려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성장기 공부는 대학이 아니라 두뇌 발달에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는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것, 좋은 직업 선택이 아니라 끈기와 인내심과 같은 삶의 태도를 배우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얻기 위해 "수준의 맞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 세 가지 이유를 보며, 우리 스스로 그동안 공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추상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공부'는 정말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학습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양육으로 완성"된다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공부와 양육의 목적은 같다. 공부의 목적은 두뇌를 발달시키고, 삶을 살아가는 데 바람직한 자세와 태도를 갖춘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함이다. 양육의 목적은 또한 튼튼하고 똑똑하고 따뜻하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키워서 아이 스스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 위함이다"(383). 이는 모든 부모가 잡고 있어야 할 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어깨 위에는 한 아이의 인생(행복)이 걸려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