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입체 자수 디자인 - 나의 첫 스텀프워크 레슨
오오츠카 아야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왕족, 귀족과 같은 상류 계급을 위한 특별한 자수"(5)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 달려나가 뛰어놀기 좋아했던 제게 자수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자수의 기본을 익히는 것이 중학교 실습 수업의 전부였지만, 자수틀에 천을 끼우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나가는 것은 다른 놀이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다소곳이 앉아 자수를 놓는 모습에 친구들은 경악했지만, 얼마나 열중을 했는지 학교 축제 때 진시될 작품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따금 무료함이 느껴지는 날이면 가까운 펜시점에 가서 열쇠고리 용 '십자수 세트'를 사오기도 합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뿌뜻함이 오늘 하루 잘 살았다는 만족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또 바느질에 열중하다 보면 생각이 비워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힐링 효과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행복한 입체 자수 디자인>에서 소개하는 입체 자수 기법은 17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한 "스텀프워크"라는 자수 기법입니다. 여러 이름으로 변천을 거듭하다 19세기에 '스텀프워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스텀프(Stump)는 '나무 그루터기'라는 의미인데, 이 책의 저자는 "속을 채우는 재료로 나무토막이 쓰인 것에서 유래한 듯하다"고 추측합니다. 평면의 천을 실로 채우는 데서 벗어나 동물이나 꽃, 과일과 같은 모티브를 사실적(입체적)으로 표현해내는 스텀프워크는 자수의 개념을 뒤집어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혁명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삼차원으로 표현된 스텀프워크 작품들을 보면, 자수가 아니라 마치 "뜨개질"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코바늘 뜨기를 응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스텀프워크는 기본적으로 천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천을 뜨지 않고 실을 뜨는 기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통 자수가 섬세함이나 우아함을 담고 있다면, 곰과 같은 동물이나 천사도 인형처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텀프워크는 "표현의 폭이 훨씬 풍부"하고 "유머러스한 면"도 있습니다.

 

<행복한 입체 자수 디자인>에서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면 상당히 화려한 인테리어 소품들도 많습니다. 비즈나 스팽글을 조합하면 더 화려함이 더해지면서,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해 보입니다.

 

  

 

스텀프워크 스티치는 "실을 심지로 해서 직물을 짜듯이" 실을 걸어 잎 또는 그물과 같은 모양을 만드는 스티치입니다. "니들 레이스의 스티치를 기본으로 천에 토대가 되는 틀을 수놓고 그 틀에 실을 얽어서 그물 모양으로 스티치해 갑니다"(34). 기본 스티치 기법만 잘 익히면 나머지는 모두 그것의 응용이거나 살짝 변용한 것입니다. "그 밖에 철사와 오건디, 비즈 등을 사용해 입체적인 부분을 만들거나 스티치 자체를 입체적으로 수놓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스텀프워크를 깔끔하게 만드는 팁으로 "실을 잡아 당기는 힘에 주의"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실을 그물처럼 엮어가는 방식이다 보니 실을 잡아당기는 힘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한 입체 자수 디자인>은 스텀프워크(입체 자수)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물망처럼 엮어가는 방식이 다소 어렵게 느껴기도 하지만, 초보자도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나의 하나의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보여줍니다. 또 실물 크기의 도안도 제공합니다.


 "17세기에 수십 년간 유행한 이후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근래에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행복한 입체 자수 디자인>에서 소개하는 작품을 보면 현대적인 감각에 자수로 표현되는 러블리함이 더해져 있습니다.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찾고 있거나, 딱딱하고 건조한 일상을 포근하게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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