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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없는 복음
존 파이퍼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천국의 최종적인 모습은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다(계 5:9, 7:9).
<차별없는 복음>은 인종차별의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적 상황의 흑백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이슈냐고 외면할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차별없는 복음>이 전하는 미국의 현실은 인종차별이라는 "해묵은" 갈등이 여전히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음을 고발합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으로 인해 폭발된 민권운동이 전개된지 거의 50년이 지났지만, 지금 미국의 인종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 할 만큼 "어떤 면에서는 불평등이 더 늘었고 인종 분리도 증가 추세"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현대 사회는 "다른 인종과 민족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필요성"(57)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물결은 지구는 더욱 좁아졌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인종(민족)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제결혼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사회 전반에 대두되고 정책적 논의도 뜨거웠습니다. 이처럼 민족적 다양성이 증대된다는 것은 "민족적으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뜻"(59)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전체 인구의 성장과 이동은 우리를 더욱 다양한 관계 속에 몰아넣"을 것입니다(61).
그러니 인종차별의 문제는 "해묵은" 갈등이 아니라, 현대사회뿐 아니라 미래사회의 당면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어떤 제도나 법률, 사회적 장치로도 "인종" 문제(갈등과 차별)만은 결코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악을 수동적으로 용인하는 사람은 가해를 돕는 사람 못지않게 악에 가담하는 것이다. 악에 항거하지 않고 용인하는 사람은 사실 악에 협력하는 것이다"(37-38).
<차별없는 복음>은 "나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존 파이퍼 목사님의 고백으로 시작됩니다. 존 파이퍼 목사님의 고백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의 뿌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존 파이퍼 목사님은 "차별이란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을 근거로 사람을 대우하거나 그런 태도를 품는다는 뜻"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미국 사회에서는 단지 '피부색'만으로 흑인을 열등하게 취급하고 차별하는 일이 지극히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여져 오고 있습니다.
"민권운동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국에 인종차별이 제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고", 심각한 문제는 "복음주의 교회들과 기관들도 거기에 공모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인종차별의 죄에 대해 무관심하고, "인종간 다양성과 화합을 추구하는 일에 추호도 관심이 없는 교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인종차별의 죄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한 사람들 사이에 그런 차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며, 그리스도인들은 인종차별의 문제를 종식시킬 유일한 능력(복음)을 가진 사람들이며, 동시에 그 사명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차별없는 복음>은 마음을 찢는 뜨거운 회개와 마음에 끓어오르는 하나님의 사명감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복음의 뜨거운 열정을 담아내면서도 차가운 지성으로 우리의 전인격에 호소합니다. <차별없는 복음>은 하나의 논문처럼 체계적이고 명료한 논증적으로 인종차별의 문제를 풀어갑니다. 인종차별의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인지 개인의 책임의 문제인지 살피고 사회적 대안을 모색합니다. 또한 개혁신앙(신학)을 근거로 "예수께서 멸하러 오신 자민족 중심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오직 "예수의 피"만이 인종을 뛰어넘을 수 있는 능력임을 피력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피부색이 아니라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나라임을 일깨웁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종차별을 종식시키는 대안으로 "인종간의 결혼" 문제를 심도있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인종간의 결혼, 특히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법적으로 금지시킬 만큼 금기시해 왔던 미국인들에게 "인종간의 결혼"이라는 대안은 충격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종간 결혼을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한 긍정적 선"으로 보는 존 파이퍼 목사님은 인종간의 결혼을 "예찬"하는 수준입니다. 나름 '단일민족국가'를 형성하며 혈통의 순수성을 간직해온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합니다. 국제결혼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존 파이퍼 목사님의 견해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복음만이 결국 다양한 인종의 피를 십자가의 단일 혈통으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며, 인종 화합을 이루어 그리스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다. 결국 중요한 화합은 그리스도를 높이는 화합뿐이다"(297).
"본래 우리 인간 안에는 민족간의 선을 넘어 서로를 사랑할 수 없는 자원이 없"(15)습니다. <차별없는 복음>은 "인종간 다양성과 화합을 궁극적으로 유의미하게 이루려면 복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선언합니다. 인종 화합이라는 목적이 아무리 고귀하고 선해도 예수의 복음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희망임을 분명히 합니다. 복음은 차별의 장벽을 깨뜨리는 다이너마이트입니다. 그 복음의 능력이 우리의 내면과 생활과 관계 가운데로 뚫고 들어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화목하게 하는 복음의 능력을 세상에 입증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존 파이퍼 목사님은 그것이 '인종 화합'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외칩니다. "다양한 민족들을 모아 그리스도를 높이는 연합된 백성을 만드실 때 그분의 은혜의 능력과 아름다움이 가장 영화롭게 되기 때문"(245)입니다.
천국의 최종적인 모습은 "각 족속과 방언과 백성과 나라"(계 5;9)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꿈이며 동시에 우리의 꿈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날의 아름다움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차별없는 복음>은 그 하나님의 꿈이 우리 가운데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는지 선명한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인종 차별의 문제를 나와 연관된 크나큰 죄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인종 화합을 복음을 맡은 자로서의 사명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저에게 <차별없는 복음>은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폭발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인종 차별과 인종 화합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십자가는 화해의 복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삶 가운데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일에 게을렀던 것을 회개합니다. '경건'은 악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더 공격적으로 선을 이루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깁니다. 복음의 폭발력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리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큰 안락이 아니라 위대한 목적을 위해 살라"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