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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불만 영문법 - 초보의 심정을 모르는 기존 영문법 책들에 대한 불만 46가지
장지현 지음 / 성안당 / 2013년 6월
평점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나서 원작을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졌을 때도, 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과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청년을 보고 다시 회화 공부에 도전하기 시작했을 때도, 제 영어 공부는 항상 '문법'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단어를 많이 외워 사전 없이 원서를 읽어내려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단어의 뜻을 모두 알아도 구조가 어려운 문장을 만나면 독해가 되지 않았고, 외국인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단어만 떠다닐 뿐 문장으로 꿰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저의 영어 공부가 늘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문장을 외우다가도, 단어를 외우다가도, 미드를 열심히 보다가도 꼭 다시 '문법'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현상말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야심차게 영어 완전 정복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기초' 문법을 완전히 마스터할 것, 그리고 예문을 입으로, 귀로, 손으로 통째로 외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문법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제대로 공부했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공식을 외워도 응용이 잘 되지 않습니다. '문제'(문법 퀴즈)는 풀겠는데, '말' 하고는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때, 이거다 싶어 집어든 것이 바로 이 <불평불만 영문법>입니다.
<불평불만 영문법>을 보고 놀란 것은 그동안 제가 느껴왔던 '불만'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소연할 수 없었던 답답함을 이해받는 심정이란! 그것만으로도 이미 영문법에 한걸음 다가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불평불만 영문법>을 보며 우리나라 영어 교육 정말 반성해야겠다고 격하게 공감하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저자는 오랫만에 서점에 가서 기초 영문법 책을 몇 권 훑어보다 "20년 전과 달리진 게 형형색색의 화려한 디자인과 반들반들한 종이 질과 물가를 꼬박꼬박 반영한 책값뿐임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설명하는 방식에서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저자를 보며, "맞다!"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습니다!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영어 공부를 질리게 만들었던 그 '지루한 설명' 방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에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저자는 그래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영문법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불평불만 영문법> 책은 일단 볼펜 들고 노트 펼치고 '공부'하는 문법책이 아니라, 독서하듯 읽어나가를 문법책입니다. 전 일단 그렇게 읽었습니다. 저자에게 직접 강의(설명)을 듣는 것처럼 손에 책을 들고 쭉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나의 문법 공부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영문법은 말을 하기 위한 하나의 뼈대(공식)라는 이미지가 있었고, 공식 안에 숫자를 집어넣듯 영어 단어를 문법 안에 끼워맞추는데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평불만 영문법>은 "문법은 곧 말을 하기 위한 공식"이라는 저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주었습니다. 문법은 말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설명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문법은 외워야 하는 공식이 아니라, 이해해야 하는 원리였던 것입니다. 5형식 문장, to 부정사, 가주어-진주어가 '말'과 연결되니 심봉사가 눈을 뜨는 기분입니다.
<불평불만 영문법>은 문법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보다, 영문법 공부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 깊은 공감을 끌어내리라 생각됩니다. 한자로 이름 붙여진 문법 용어의 개념을 다시 쉽게 설명해주고, 예문을 통해 '감'을 잡게 도와줍니다. 공부한 문법 이론을 말을 하는 데가 아니라, 문제 풀이에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어느 정도 이론적 기반이 있는 독자들은 훨씬 빨리 영문법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