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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
박필립 지음 / 가나북스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뜻 글자인 한자를 알면 성경의 진리가 더 분명히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한자는 아마도 '義'(옳을 의)가 아닌가 합니다. '義'는 羊(양 양) 밑에 我(나 아)가 있는 모양새입니다. 교회에서는 '義'를 통해 어린양 되신 예수님 아래 내가 있을 때, 의로워진다고 해석합니다. 이런 한자를 몇 가지 알고 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船'(배 선)자입니다. '船'자는 舟(배 주)에 八(여덟 팔)과 口(입 구 또는 '사람'의 뜻)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른다면 해석이 되지 않는 글자입니다.
<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은 어째서 한자와 성경 이야기가 그렇게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밝힌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한자가 욕단의 후손인 동이족이 남긴 갑골문자이며, 동방의 문자라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논증을 펼칩니다. 욕단(노아의 세 아들 중 셈의 후손)의 후손들 중 일부가 동쪽으로 이동하여 상나라를 건국합니다. 이들이 바로 동이족이고, 이들이 문자를 만들어 천지창조의 비밀을 담아둔 것이 한자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1900여 년 전 중국 후한 때 문자학자인 허신이란 동이족이 쓴 <설문해자>라는 책에서 한자의 자원을 풀이한 글이 성경 창세기의 내용과 일치함을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 바로 <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입니다.
예를 들면, '옷 벗을 라'(裸)라는 한자는 성경의 창세기 이야기를 모르면 해석이 되지 않는 뜻 글자입니다. '裸'는 '옷 의'(衣) 옆에 '과일 과(果)'자를 써서 "창세기적인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은 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 알았습니다(창세기 3:7). '裸'라는 창세기 이야기를 그대로 반영한 듯, 과실(果)을 따먹고 옷(衣) 벗은 줄 알았다 하여 '옷을 벗었다'라는 뜻이 된 글자입니다(154).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羊'이 들어간 한자는 모두 긍정적이며 아름다움이며 복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199).
저자가 힘주어 주장하는 것 중 하나는, '신'(神)자가 '귀신 신'이 아니라 '하나님 신'라는 사실입니다. 허신은 '神'자를 '귀신 신'자라고 풀이하지 않고, '하늘에 계신 신으로서 만물을 이끌어낸 자'라고 풀이합니다. '神'은 하나님을 뜻하는 示(보일 시)에 申(펼 신)을 합친 글자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어 인간에게 펼쳐(申) 보이시는(示) 하나님의 뜻이 된 글자(201)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뜻하는 '神'자를 '귀신 신'이라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은 동이족의 후손으로서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하며, 성경 말씀이 진리의 말씀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은 우리 민족의 뿌리는 물론 고대사를 다시 쓰는 작업입니다. 우리 민족은 노아의 세 아들 중 셈 계열이며, 중국인은 함의 계열이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그 증거와 논리가 분명하고 철저해야지만 오랜 세월로 사실로 받아들여진 거짓을 뒤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직 <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은 논리가 다소 빈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허신은 주후 58년에 여남 소릉에서 태어났는데, 그가 태어난 허난성이 동이족의 주거지였다는 사실에서 허신이 동이족의 후손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101)고 결론 내리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동이족의 주거지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동이족의 후손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논리에 헛점이 있습니다. 허신이 동이족이라는 하나의 근거는 될 수 있지만,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공격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자와 성구를 연결하는 부분도 더 차분한 묵상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이러한 연구가 계속 되기를 응원하고, 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사실 이러한 연구는 국가적 차원에서 후원하고, 국가의 프로젝트로 삼아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을 읽고 나니, 한자가 중국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라는 확신과 한자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집니다. 그리고 한자를 배우고 익히는 일이 즐겁습니다. <신비한 성경 속 한자의 비밀>은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저자가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논리를 펼치는 것이 자칫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저자의 흥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신앙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읽어보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