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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구조 이야기 -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
미셸 프로보스트.다비드 아타 지음, 필리프 드 케메테르 그림, 김수진 옮김, 허재혁 감수 / 그린북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구조가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려면 구조 안팎으로 작용하는 힘들이 서로 평형을 이뤄야 한다."
어릴 때, "두꺼비 집" 짓기에 열중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약간 젖은 모래를 손등 위로 올려 놓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 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모래를 다졌습니다. 조심 조심 손을 빼내고도 모래가 무너지지 않으면 "두꺼비 집" 짓기 성공이었습니다. 모래로 지은 두꺼비 집이 쉽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모래가 조금 젖어야 한다는 것과 손등 위로 열심히 다져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다양한 사물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은 서 있을 수 있고', 어떤 것은 '서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꽤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는 "건축물이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는가를 이해하려면 "구조"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는 과학의 원리를 통해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으려면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의 유명 건축물의 구조를 살펴보며 과학의 원리를 다시 확인합니다.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는 과학적 원리를 통해 간단한 '삼발이 의자'와 견고한 '다리', 커다란 홀을 덮는 복잡한 '지붕'이 구조적인 면에서 같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으려면 먼저 건축물에 작용하는 '힘'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사물에는 작용과 반작용, 인력과 외력이라는 힘이 작용합니다. 구조가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려면 구조 안팎으로 작용하는 힘들이 서로 평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건축물의 구조는 어떻게 하면 힘의 평형을 이룰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건축물이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다리'(bridge) 건축을 가장 많이 이야기합니다. 건축물이 무너지지 않고 서 있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만족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평형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충분한 내력을 지녀야 하고, 충분히 견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성수대교처럼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성수대교는 트러스식 다리로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트러스식 공법은 이음새가 잘못되면 무너지기 쉬운 공법인데, 성수대교 건설 당시 다리 밑 부분을 이루고 있는 트러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과적차량들의 통과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만 다리 붕괴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를 보니 프랑스 앙제에 있는 '바스-쉔 다리'도 평상적인 "평상적인 보폭으로 행진하던 군부대 때문에 공명이 발생하여 1950년 붕괴"(146)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워싱턴의 "타코마 해협 다리"도 "광풍이 몰아치면서 바닥이 급속도로 변형되더니 공명이 발생하였고, 처음 흔들리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끊어지고 말았다"(149)고 합니다. "이 다리는 자체 하중이나 다리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하중 때문에 붕괴된 것이 아니라 설계 당시 바람의 작용을 제대로 계산에 넣지 않아서 무너진 것"입니다. 다리를 건축하려면 계산해 넣어야 할 것이 아주 많습니다.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는 학생과 선생님이 답하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용어 설명을 통해 개념을 잡게 해주고, 일러스트를 통해 과학 원리와 건축물의 구조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일러스트가 많기 때문에 '어린이'를 위한 책인가 하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소화하기 쉽지 않은 책입니다. 용어를 이해하고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이 꽤 어렵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화되지 않은 지식이 쌓이는 관계로 설명이 복잡하게 느껴지고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세계 건축물을 소개하는 글도 딱딱한 정보 위주여서 흥미가 좀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는 한 번 읽어봄직한 책입니다. 익숙한 사물 안에 숨겨진 원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혹시 매일 '다리'를 건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그 '다리'가 다시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