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 잠자는 열정을 깨우는 강수진의 인생수업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강수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아무도 나를 최고의 자리에 앉혀 주지 않는다. 나를 최고의 자리에 앉혀 주는 것은 오직 노력뿐이다. 오랜 시간 밑바닥 생활을 겪을 땐, 미래가 두렵고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어 준 것은 그 밑바닥 생활이었다(85).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그런 세상이 '더럽다'고 욕을 하면서도, 늘 1등을 목표로 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에 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성공한 인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눈입니다. '부러운 사람'과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제게 '발레리나 강수진'은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그녀 때문에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그녀와 같은 열정으로, 그녀와 같은 자세로 하루 하루를 채워나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깁니다. 이처럼 '발레리나 강수진'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녀가 1인자의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흘린 고통의 땀방울이, 좋아하는 그 일에 몰입하는 무서운 집중력이, 뜨겁다 못해 경건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열정이 제 가슴에도 불을 질러주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 우승, 세계 5대 발레단이라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최연소 입단, 최고의 예술가에게 장인의 칭호를 부여하는 독일의 '캄머탠처린' 궁정무용가에 선정, 현재까지 슈투트가르트 수석 발레리나로 활동하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최고령 발레리나라는 기록까지 세우고 있는 '강수진'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의식주란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여유를 누리며 사는 것이지만 나는 달랐다. 언제나 같은 옷을 입고 남들보다 적게 먹고 여유를 누릴 사이도 없이 연습을 해야만 했다"(36-37). 

 

그녀의 지난 세월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연습'이라고 대답할 듯합니다. 정말 '지독하리'만치 연습하고, 또 연습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것은 남을 이기고자 하는 경쟁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정직한 땀이었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이었습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말 살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경쟁자를 의식했고 단지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진정 살기 위해 연습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만을 의식하며 연습하는 것이다. 연습에서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기에 18시간 연습한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18시간 연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진정 살기 위해 연습하는 사람의 자세이다. 나는 모나코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하루를 매일 반복했다"(37). 그녀의 이런 지독함이 나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노력하기보다 징징거리기만 했던 나의 삶의 태도가 부끄럽습니다. 지독한 연습 때문에 망가진 몸,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통을 날마다 온 몸으로 감내하면서도 "고통에 굴복 당하는 내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25)고 하는 그녀를 보며 정말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강인함'이라는 세 글자가 또렷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그녀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문장이 있다고 합니다. 'Nobody is perfect but who wanna be Nobody!'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누가 '아무도'이고 싶겠는가?) "발레를 시작하고 시련을 겪을 때마다, 이 문장을 가슴 속으로 외치며 나를 단련시켰다. 위기의 순간에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 문장"이라고 합니다. "나는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고, '아무도'로 살고 싶지 않은 도전 정신이 생겼다"(28).     

 

세계 무대에서 혜성처럼 등장하여 '세기'의 발레리나로 칭송받고 있는 그녀의 삶에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방송을 통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는, 발레를 1년 간 쉬어야만 했던 치명적인 부상이 그녀에게 찾아온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녀에게 더 큰 고통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녀의 무명 시절, "밑바닥"이라고 말하는 '군무 생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며 오랜 시간을 무대의 들러리로 여겨지는 군무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대에서도, 삶에서도 나는 그저 들러리인 것만 같았다"(83). 그러나 바로 그 시절이, 그 시절의 경험이 "세기의 발레리나 강수진"을 있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나 같은 경우는 군무에서 하프 솔로, 솔로, 프리마 발레리나의 단계를 하나하나 모두 거쳤다. 그러면서도 조바심을 내거나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올라셨기 때문에 갑작스런 벼락 발탁으로 주역이 되었다가 그 자리에 걸맞지 않은 실력을 보이는 바람에 다시 밑바닥으로 추락하곤 하는 일이 비일지배한 무용, 공연에서 나의 입지는 탄탄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행운이 아닌, 내가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쌓아 올린 것이기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내가 쌓은 모든 것에 요행이란 하나도 없었다"(84-85).

 

 

실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업적 그리고 가장 듣고 싶은 나에 대한 큰 찬사는, '강수진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하여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업적, 성공담, 주변의 찬사와 발레 무대에서의 지위는 모두 그러한 '반복의 위대한 산물'이다(122).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발레리나 강수진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만, '오늘'의 소중함,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기도 합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그 누구보다 '오늘'의 가치를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항상 '내일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라며 떠들고 다니는 것보다, '오늘, 지금 당장 뭘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데 조금 더 생각을 기울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나의 인생 목표 역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다"(123).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인생 스스로 만족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누군가 닮고 싶은 사람을 갖고 싶다면, 자랑스러운 한국인 한 사람쯤 가슴에 품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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